우리가 남이가. 대부분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려울 게다. 하지만 우리는 남이다. '남'은 친인척 관계가 아닌 사람으로 정의되지만 더 정확히는 '자기 이외 다른 사람'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남, 타인이다. '우리가 남이가'는 관계에 대한 성숙된 질문이 아니라 병든 회유로 유통된다. 실상 우리 사회에서 '우리가 남이가'는 학연이나 지연에 의한 연고주의를 넘어 '유사가족'의 형태로 가동된다. 문제는 '유사가족'의 테두리로 확장된 '우리가 남이가' 문화가 얼핏 보기엔 공동체의 연대를 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힘의 행세나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유사가족주의는 강한 자들의 끼리끼리 연대를 고취하고 어디 호소할 곳 없는 약한 이들에 대한 폭력적인 지배를 강화한다. 사실 연대는 사람을 사람답게 살아가게 하는 가장 귀한 조건이다. 연대는 몫이 없는 자들이 기댈 수 있는 마지막 보루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약한 자들의 연대는 자주 훼손당하고 강한 자들의 연대는 집요하게 계속된다. 지연과 학연을 중심으로. 대학교를 넘어 고등학교까지 이야기하며 '우리가 남이가' 한다. 지연ㆍ학연ㆍ권력관계에 기대지 않고 오롯이 제 일을 하는 이들은 늘 손해다. 잘못을 해도 유사가족주의에 기대 온갖 관계망을 가동한 이는 처벌을 적게 받고 소위 인맥을 적게 쌓고 자기 일만 묵묵히 한 사람은 더 큰 화를 입는다.
권력에 기대 큰 소리 치던 사람들은 잘못이 드러나도 "위에서 하라는 것만 했는데 뭐가 잘못이냐, 억울하다"고 호소한다. 잘못된 명령엔 불복하고 자기 조직의 문제는 바로 잡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정은귀 한국외대 교수
꼭 봐야할 주요뉴스
"제발 결혼하세요"…5박 6일 크루즈까지 보내준다...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