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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재건축 사각지대 놓인 '소규모 노후단지'

최종수정 2017.11.13 11:14 기사입력 2017.11.13 11:14

김영주 중앙대 디자인학부 교수
사람이 나이 들어 늙어가듯이 우리가 사는 집도 늙는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의하면 2035년 이후에는 전체 주택 중 30년 이상 된 노후주택의 비중이 50%를 상회할 것으로 예측되며 2050년 경에는 노후주택이 전체 주택의 60% 이상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상황이 현실화될 경우 상당히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아파트 공화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주택 유형 중 60%에 달한다. 2010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어진 지 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는 12.3만 호로 전체 노후주택의 9.1%를 차지하고 있다.

노후의 사전적 의미는 오래되고 낡아 제구실을 하지 못함을 뜻하는 것으로 노후 아파트는 정상적인 품질 상태에서 시간의 경과에 따라 그 성능 및 기능이 쇠퇴된 아파트를 말한다. 노후 아파트 중에서도 특히 문제가 심각한 곳은 사업성이 낮아 재건축 추진도 어려운 소규모 단지들이다. 필자는 최근 경기도 지역의 소규모 노후아파트를 대상으로 하는 실태조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이들 단지의 주민 구성 특성을 보면 대부분 소득과 학력수준이 주변지역에 비해 낮았고 연령 구성은 일반 아파트 단지 주민에 비해 높은 편이었다. 한 집에 10년 이상 오래 산 소유자들이 많다는 점은 예상 밖의 결과였다. 이곳 주민들은 이웃 간의 관계도 꽤 좋은 편이었으며 자신이 살고 있는 주거환경에 대한 애착심도 깊었다. 이들 단지의 평균 세대수는 60세대 정도로 최소 30세대부터 최대 280세대 정도다. 대부분이 엘리베이터 없는 5층 이하 건물로 법의 적용을 받는 의무관리대상이 아니다 보니 노후화의 문제가 더욱 가속화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들 노후아파트에서 두드러진 문제점으로는 노후화된 전선 등으로 인한 화재 발생 위험, 벽체 균열과 도장 도색의 노후화로 인한 도시미관 저해, 녹슨 상수도, 낮은 단열 성능으로 인한 에너지 낭비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단지 규모가 작다 보니 주민들이 모여 쉬거나 교류할 수 있는 마땅한 커뮤니티 공간이 없으며, 단지가 작다 보니 주차공간이 부족하여 사고나 재난상황이 발생했을 때 구조차량의 진입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이곳의 주민들 모두 자신의 집이 너무 낡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으나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개보수와 관리를 통해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보다는 대부분 재건축을 희망하고 있었다. 사실 낡은 집을, 때마다 손을 보고 고쳐가며 산다는 것이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어느 틈엔가 뚝딱 지어지는 주변의 깔끔하고 번듯한 새 아파트를 보면 누구라도 재건축의 희망을 가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단지가 대부분 사업성이 낮은 소규모 노후아파트라는 점이다. 재건축을 추진하려고 해도 주민 대부분이 고령이거나 생업에 바쁘다보니 재건축의 복잡한 과정을 전담해 추진할 만한 인력도. 정보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막상 추진이 된다 해도 주민 입장에서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 걸림돌이 된다. 그러다보면 재건축 추진은 물 건너가고 쑤시고 아픈 곳만 점점 더 늘어나는 노후 아파트로 남게 된다.

노후 아파트 문제에 대한 최선의 해법은 과연 무엇일까? 사람도 노화에 대비해 젊은 시절부터 꾸준한 관리를 통해 외모와 건강상태를 최대한 좋은 상태로 유지하려고 하듯이 우리가 사는 집도 외관과 성능을 꾸준히 관리해 노후화를 최대한 지연시키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적 여력이 있다면야 집이 좀 낡아도 오랫동안 정든 환경을 떠나지 않고 고쳐 살면 되겠지만 그럴만한 여건이 안 되는 경우엔 시간이 지날수록 큰 문제다.
이들에게 지금의 환경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막다른 골목과도 같은 상황일 수 있다. 헌법에 명시된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주거권 확보를 위해서는 비록 사유재산이긴 해도 소규모 노후 아파트의 주민 특성과 지역적 상황을 감안해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한 일정 수준의 공적 지원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김영주 중앙대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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