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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특별대우 받는 트럼프 대통령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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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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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이 여러모로 화제다. 현재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력에 후한 점수를 매기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돌발 행동과 말로 잦은 구설에 올랐던 평소 행보와 달리 의외로 차분하게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일본에서 잉어 밥을 상자째로 무자비하게 뿌린 사진이 돌면서 공분을 샀으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따라 한 행동으로 뒤늦게 알려져 되레 동정론이 일었던 게 작은 해프닝이라면 해프닝이었다.

오히려 방방 뜨는 건 주빈국이다. 한·중·일 3국을 한꺼번에 방문하다 보니 너나 할 것 없이 트럼프 대통령 환심 사기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휩쓸고 간 뒤에 아베 총리가 유난히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도 과도한 특별대우와 정상회담 성적표를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미국산 무기 대량 구입과 이방카 펀드 기부 등 거액의 예산은 차치하고 트럼프 대통령 입맛에만 맞추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골프 외교'로 좋았던 분위기가 이튿날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직설 공격으로 얼어붙었지만 아베 총리는 이렇다 할 반박을 하지 못했다. 웃어넘길 실수(아베 총리의 골프장 벙커 '꽈당' 사건)였지만 저자세 외교 논란과 맞물리니 수치심으로 다가온 일본인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아베 총리가 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충실한 조수'에 불과했다"는 워싱턴포스트(WP)의 혹평까지 더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는 곳마다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다. 대미를 장식한 곳이 바로 중국이다. 8~10일(현지시간) 2박 3일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하루 평균 8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자금성(紫禁城)을 통째로 비워버렸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 자금성에서 만찬을 한 외국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기 전부터 국빈 방문이 아니라 그 이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호언장담해 왔다.

시 주석은 집권 2기 들어 중국을 방문하는 첫 번째 외국 정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찍어 놓고 오랜 기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의전의 격을 '황제급'으로 높인 것도 시 주석 스스로가 황제에 버금가는 권력자임을 천명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다른 사람을 높여 자신을 동등한 지위로 높이는 전략인 셈이다.

공교롭게도 연내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은 외국 정상 중 한 명이 우리 문재인 대통령이다. 시 주석의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특별대우 자체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로 인해 최악으로 치달은 한·중 관계 그리고 미·중 갈등 국면을 생각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 사드 배치를 이유로 한국 정부와 교류를 끊고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온갖 보복을 가하면서도 원흉으로는 미국을 꼽아 왔다. "한국이 주체성을 상실하고 미국의 바둑알로 전락했다"면서 한미 양국을 싸잡아 원색 비난도 서슴지 않았던 중국이다.
최근 한중 외교 당국이 합의문 형식으로 사드 문제를 일시 봉합했지만 이해 당사국 간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는 배경이다. 다만 서로에게 퇴로를 열어준 만큼 사드 갈등을 딛고 새로운 한중 관계 설정에 우리 정부가 외교력을 집중해야 할 때다. 사드로 인한 상흔이 남은 탓에 예년의 황금기를 다시 맞이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중국과 함께 가야 한다는 인식은 여전히 교민사회에서 두루 원하고 바라는 바다. 이번 주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만나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고 연내 문 대통령의 방중과 내년 시 주석의 방한으로 이어져 사드 갈등이 봉합이 아닌 결실을 맺길 바란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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