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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이렇게 많은 약, 먹어도 될까

최종수정 2017.10.31 10:56 기사입력 2017.10.31 10:56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어머님이 한 달 전부터 팔다리가 떨리고 걸음걸이가 나빠지셨어요. 혹시 파킨슨병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요즈음 감기 기운이 있어 식사를 잘 못하시더니 오늘 아침에 깨워도 일어나지 못하세요. 응급실로 가야 할까요?"

연세 드신 어르신을 모시고 있는 가족에게서 흔하게 받게 되는 질문 중 몇 가지 사례이다. 대부분의 경우 병원에 올 수 밖에 없고 각종 정밀 검사와 치료를 위하여 입원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이렇게 입원하여 검사를 해보면 약 3분의1 정도는 그간 드시고 있던 약 때문에 발생한 문제로 밝혀지곤 한다.

소화제를 장기간 과다 복용하면 손발이 떨리는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다. 늘 드시던 이뇨제 계통 혈압약을 먹다가도 식사를 못하면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하여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이런 경우를 모두 약물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는데, 평소 문제 없이 복용하던 약에서 생기는 부작용이란 측면이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아픈 데가 많아지고 고혈압이나 고지혈증ㆍ당뇨ㆍ관절염과 같은 만성질환 한두 개는 대부분 갖게 된다. 이에 따라 자연히 많은 수의 약을 먹게 되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노화에 의해 약을 감당할 수 있는 신체기능이 떨어진다. 여러 종류의 약을 보게 되면, 이렇게 많은 약을 먹어도 될까,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실제로 한국 노인의 약물 복용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평균 7개, 많게는 27개의 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다.

병원에서 처방 받은 필수적인 약뿐 아니라 주변에서 권하는 건강식품ㆍ보조제ㆍ비타민 등까지 포함할 경우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 게다가 자녀들이 효도한다고 가져오는 한약까지 포함한다면 정말 약만 먹고도 배부를 지경에까지 이른다.
너무 많은 종류의 약을 먹다 보면 간혹 이 약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헷갈리기도 한다. 더 먹기도 하고, 덜먹기도 해서 제대로 된 용량을 초과하거나 미달하여 원하는 치료효과가 나오지 않거나 부작용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같이 먹으면 안 되는 약 또는 같이 먹으면 안 되는 음식물 등 문제도 수반된다.

간혹 위의 사례처럼 문제가 생겨 병원을 찾게 되었을 때, 약에 의한 문제라는 것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그런데 정말 파킨슨병이 생긴 것으로 오인해 또 다른 약을 처방 받아 복용할 경우, 오히려 혹만 더 붙이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다행히 최근에는 어르신들의 약물 복용실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처방 받는 약의 내용을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여러 병원과 여러 과를 돌아다니는 '의료쇼핑'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통계적으로 5개 이상의 약을 먹을 경우에 약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많은 어르신들이 전보다 건강해지고 질병 치료의 발전도 눈부시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약물 사용이 늘어나는 것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약을 제대로 알고 꼭 필요한 만큼 적절히 사용해야 독이 아닌 건강을 지키는 약(藥)으로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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