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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카드 대신 비트코인 받는 레스토랑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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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별 아시아경제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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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미국 뉴욕 맨해튼에 새롭게 문을 연 프렌치 레스토랑 라시렌느(La Sirene). 인기있는 여느 프렌치 레스토랑이 그렇듯, 발음하기도 힘든 프랑스어로 메뉴판이 가득 차 있다. 힘겹게 메뉴를 읽다 마지막에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했다. "우리는 마스터카드와 비자카드는 받지 않고, 현금, 아메리칸익스프레스카드, 비트코인만 받습니다."

알고 보니 이 레스토랑은 문을 열자마자 계산정책 때문에 논란에 올랐던 곳이었다. 뉴욕 시민들은 "도대체 비자카드를 받지 않고 비트코인을 받는다니 이해가 안된다"라며 반발했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유명세만큼 이 레스토랑도 빠르게 유명세를 탔다. 레스토랑 직원은 "적어도 한 달에 두 명 정도는 비트코인으로 결제한다"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거래한 것으로 유명한 뉴욕의 부동산 중개업체 매그넘 리얼에스테이트그룹. 이 업체의 벤 쇼울 대표는 최근 들어 '가상화폐로 부동산 거래가 가능하냐'는 질문을 고객들에게 수 차례 받았다고 한다. 그는 경제방송 CNBC에 출연해 "전통적인 수단 외에 다양한 형태의 결제를 요구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특히 밀레니얼세대를 중심으로 이 같은 움직임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텍사스에서는 IT업계 종사자가 가상화폐를 이용해 신축 주택을 사들이기도 했다. 단순히 레스토랑이나 슈퍼가 아닌,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부동산 시장에서도 가상화폐가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가는 정확하게 쪼개져 있다. 비트코인을 두고 '유행'으로 치부하는 사람들과 새로운 결제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팽팽하게 나뉘고 있기 때문이다.

주춤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다시 급등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버블이라면 꺼진 후 회복이 쉽지 않은데 비트코인은 다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초 탄생해 2010년 중반까지 1센트도 되지 않던 1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6000달러에 근접했다. 7년 만에 60만배 이상 뛴 것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튤립 한 뿌리가 집 한 채 값을 넘길 정도로 올랐다가 폭락한 것을 거론하며 "결국 비트코인도 튤립사건처럼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린 부테린도 가상화폐 열풍을 버블로 규정했다.

반면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CEO는 "가상화폐는 일시적 유행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는 지난 3일 트위터에 "지폐가 금을 대신했을 때도 사람들이 회의적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썼다.

한국에서도 비트코인이 과연 거품인지 아닌지에 관심이 많은 듯 하다. 이미 일반인들도 상당수 투자하고 있고, 논란이 많은 결제수단인 만큼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최근 상황을 봤을 때, 비트코인의 가격 등락 자체보다는 앞으로 가상화폐가 국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하고, 경제정책을 고민하는 것이 더 건설적인 논의로 여겨진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비트코인이 거품인지 아닌지 묻는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은 본인과 상관없다고 생각하지만, 이젠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며 "광범위하게 금융시장과 연동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헤지펀드 실비아글로벌펀드의 로렌조 디 마티아 매니저는 "지금과 같은 속도로 성장해 가상화폐 시장 자체가 커진다면 결국 투자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각국 중앙은행들이 가상화폐와 핀테크 등 디지털 금융기술이 기존 산업에 비칠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비트코인을 투자 측면에서 보는 것이 아닌,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보길 주문한 라가르드 총재의 발언을 흘려 듣지 말아야 할 때로 보인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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