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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150년 전의 바보짓

최종수정 2017.10.18 11:11 기사입력 2017.10.18 11:11


'스워드의 바보짓(Seward's folly)'. 150년 전 미국 정부의 결정에 쏟아진 비난이다. 표적은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윌리엄 스워드였다. 그는 미국의 알래스카 매입을 주도한 인물이다. 거대한 얼음 덩어리에 불과하다고 여겨지는 이 땅을 사자고 나선 그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이다. 알래스카는 '스워드의 냉장고(Seward's folly)'나 '북극곰 정원(polar bear garden)'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숱한 비난에도 스워드 국무장관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고 미국 정부도 매입을 밀어붙여 결국 알래스카는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공식 인도됐다. 바로 150년 전 오늘인 1867년 10월18일의 일이다. 그해 3월 미국은 러시아와 알래스카를 720만 달러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이날 넘겨받은 것이다. 남북전쟁이 끝난 직후인 당시 미국에서 720만 달러는 제법 큰돈이었지만 알래스카의 면적을 생각하면 에이커 당 2센트에 불과한 그야말로 헐값이었다.

그렇게 천혜의 아름다운 풍광을 가지고 있는 알래스카는 미국 땅이 됐다. 스워드에게 쏟아진 비난에도 이유는 있었다. 요즘엔 특별한 여행지로도 인기가 많지만 150년 전에는 이 땅이 금싸라기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변변한 산업이라고 할 것도 없는, 사냥과 모피 무역 정도만 이뤄지던 동토(凍土)였다. 이 땅의 주인이던 러시아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크림전쟁에서 패한 후 많은 빚을 지고 있었고 영국이 알래스카를 언제 점령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가지고 있었다. 영국에 뺏기느니 미국에 팔아 현금을 챙겨야겠다는 결정은 어쩌면 당연했다.

알래스카에서 이른바 '대박'이 터진 것은 미국의 소유가 된 후다. 1897년 금광을 찾았고 1968년에는 대형 유전까지 발견된 것이다. 구리와 철이 풍부했고 천연가스도 나왔다. 게다가 냉전시대가 시작되자 소련에 맞서 미국의 방패 역할을 하는 곳이 됐다.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가 된 것이다. 조롱거리였던 알래스카는 그렇게 1959년 당당히 미국의 49번째 주가 됐다.

알래스카는 이곳 원주민들의 말로 '위대한 땅'이라는 의미다. 150년 전 이 위대한 땅 매매를 둘러싼 얘기들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입장에서는 온갖 비난이 쏟아져도 신념을 가지고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러시아 입장에서 보면, 당장의 이익을 위해 섣불리 부동산 거래를 하면 안 된다는 점이 아닐까.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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