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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간접수출과 기울어진 운동장

최종수정 2017.10.13 13:50 기사입력 2017.10.13 10:42

한진현 한국무역정보통신 사장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격상한 것은 전체기업의 99%를 차지하고 고용의 88%를 창출하는 중소기업을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물론 현재에도 중소기업을 위한 많은 지원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약육강식의 경제체제에서 중소기업이 실질적으로 체험하고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찾아내고 이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쇼윈도식의 보여주기에 불과할 뿐이다.

최근 무역협회 발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기업 생존력은 다른 주요국들에 비해 크게 낮다. 기업의 1년과 5년 생존율을 기준으로 볼 때 우리는 각각 62.4%와 27.3%인데, 독일은 76.5%와 39.1%, 프랑스는 82.0%와 44.3%, 영국은 92.2%와 41.1%, 이탈리아는 80.4%와 44.7%를 보이고 있다. 이는 우리의 내수시장이 협소한데다 내수시장에서도 외국기업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중소기업의 생존과 성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는 생존의 필수요건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의 97.5%가 수출을 하지 않을 정도로 내수 중심에 머물고 있다.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직시해 최근 무역업계와의 간담회에서 2022년까지 향후 5년간 총 2만5000개의 내수기업을 수출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내수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기업 중심의 수출편중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중소기업 수출지원 정책이 도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정책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수출에 기여하는 모든 중소기업이 공평하게 수출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세심한 정책 설계와 배려가 선행되어야 한다.

최근 의미 있는 정책적 진전이 있었다. 지난 9월말 '구매확인서 발급의무화'의 내용을 담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내년 4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국내에서 수출용 원부자재를 납품하는 간접수출기업도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 관세환급, 수출보험 등의 수출지원 혜택을 차별 없이 받도록 하자는 취지이다. 즉, 하도급 중소기업의 권익보호와 공정한 거래 질서의 확립을 위한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잡기'다.

간접수출기업이 수출실적을 인정받으려면 원사업자에게 납품한 물품이 수출용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서류가 내국신용장 또는 구매확인서이다. 내국신용장은 수출용 물품의 거래대금을 외국환은행이 지급 보증하는 문서이고, 구매확인서는 해외수출용 물품의 국내조달을 외국환은행이나 전자무역기반사업자가 확인해주는 증서이다. 두 가지 모두 하도급업체가 원사업자에게 요청하여 발급받을 수 있다.
구매확인서는 발급금액 한도가 없고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들어 기업들이 구매확인서를 내국신용장보다 선호하고, 구매확인서가 내국신용장을 대체하는 추세다. 하지만 현행 하도급법은 내국신용장 발급만 의무화하고 있다. 기업생태계상 갑인 수출용 물품구매업체가 을인 물품공급업체의 구매확인서 발급요청을 거래관행 등의 이유로 거부할 경우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구매확인서의 발급을 신청할 수 있는 수출용 물품 구매업체(원사업자)중 약 30%만이 발급을 신청했고, 구매확인서를 발급받아야 하는 하도급 간접수출 업체 중 3분의 1정도만 발급받았다는 통계는 많은 간접수출기업들이 수출지원제도의 사각지대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다행히 이번 하도급법 개정안은 하도급업체가 요청하면 원사업자가 구매확인서를 의무적으로 발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앞으로는 더 많은 중소기업이 수출지원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소기업의 매출이 10% 성장하면 50만개의 청년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견인할 중소기업이 소득증대, 일자리 창출에 보다 큰 기여를 할 수 있도록 '평평한 운동장' 만들기가 시급하다.

한진현 KTNET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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