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없는 세상에서 인간의 삶이 어떻게 바뀔지, 기대와 우려가 섞인 목소리로 이십년 후에 사라질 직업군을 이야기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알려고 애쓰고 있다. 그런데 미래에 대해 조금 더 안다면 우리의 미래가 더 좋아질까?
치열한 경쟁 때문에 심적 부담을 견디다 못해 학교를 잠시 휴학하고 나를 찾아온 고등학생이 있었다. 학교를 벗어났으니 엎어진 김에 쉬어가는 셈치고 평소에 못 해본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글도 써보라고 권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나와 함께 명상도 하고 이야기치료도 하자고 했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아이는 큰 충격에서 벗어났지만 한참동안 혼란의 시간을 보냈다. 아이는 살벌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아니 최소한 상처받지 않으려면, 마음을 있는 그대로 터놓으면 안 된다고 했다. 또 한 번은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근원이므로 착한 마음을 가지면 좋은 결과가 돌아오고 나쁜 마음을 가지면 나쁜 결과가 돌아온다는 법구경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니, 세상이 너무 복잡해서 그 말을 못 믿겠다고 했다. 결과로서 돌아올 긴 시간을 이야기해주었지만 아이에겐 너무 먼 미래였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교육의 목표가 현실에 잘 적응하는 인간을 만드는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응 훈련에 실패한 학생은 평생 낙오자로 살아야 한다. 한번 미끄러지면 두 번 다시 기회가 없기 때문에 너도나도 살아남기 위해 죽을 만큼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인간보다 더 뛰어난 적응력을 가진 로봇이 인간을 대신할 미래에는 인간의 적응력 따위는 쓸모없는 것이 될 것이다. 미래의 존재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떤 교육적 대책을 세워야 할까? 장밋빛이든 잿빛이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만들어내는 미래는 과거의 반복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인간다움에 새로운 기대를 걸게 한다.
그런 점에서 “학교는 개인의 성숙과정, 사회의 집단적인 장래와 시간의 조화롭고 중단되지 않는 진전 사이의 합치를 꿈꿀 수 있는 곳”이므로 “학교의 개혁이 […] 미래학의 약속의 핵심”이라는 랑시에르의 말은 전적으로 옳다. 어떤 직업이 살아남을지에 대한 예측보다 미래의 인간이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할지에 대한 성찰을 통해 교육개혁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은유와마음연구소 대표 명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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