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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암보다 더 무서운 노인 골절

최종수정 2017.09.26 10:45 기사입력 2017.09.26 10:45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오늘도 어김없이 응급실에서 연락이 온다. "92세 여성이 어지럼증으로 넘어져 고관절이 골절됐습니다." "87세 남성이 화장실에 가던 중 넘어져 우측 다리가 부러졌습니다."

어르신들이 흔히 하시는 말씀 중에 '화장실에서 넘어지지만 않으면 오래 산다'라는 말이 있다. 그 정도로 집안이나 화장실에서 낙상은 흔하게 발생하며 이는 심한 통증, 타박상, 골절 및 이로 인한 합병증을 유발하는 무서운 사고다. 사실 젊은이들은 잘 넘어지지도 않거니와 넘어진다고 해도 곧 털고 있어날 수 있을 정도의 경미한 사고가 대부분이지만, 나이가 들어 뼈와 근육이 약해지신 노인들은 작은 충격에도 쉽게 뼈가 부러지는 경우가 많다.

어르신들은 골절이 되도 젊은이들처럼 정확히 어디가 아픈지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못 걷겠다, 기운이 없다"고 하거나 심지어 원래 거동을 잘 못하던 분들은 "열이 난다, 정신이 왔다 갔다 한다" 등 엉뚱한 증상만을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다. 정작 골절인지 모르고 한참 지내다가 뒤늦게 병원에 오는 경우도 다반사다.

골절 중에서도 고관절에 발생하는 골절은 거동에 문제를 일으킨다. 일상생활 전반이 힘들어지며 궁극적으로는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비단 수술이나 입원 같은 의학적 문제뿐 아니라, 골절 치료 후에도 돌봄과 간병, 재활 등 지속적인 문제가 생긴다.

실제 현장에서 만나는 골절환자들은 고령이거나 원래 건강이 안 좋은 환자인 경우가 많아 '과연 수술을 잘 견딜 수 있을지' 판단하는 것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수술 결정 후에도 수술 후 예기치 못한 출혈, 감염, 마취 관련 문제에서부터 섬망과 같은 합병증 등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급성기 치료가 끝나고 고비를 넘기면 일단 퇴원을 하게 되는데, 가족들은 이후 환자를 어떻게 돌보고 재활할 것인가 고민에 빠지게 된다. 많은 경우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신세를 지기도 하고, 집으로 돌아가 재활 치료를 받거나 가정간호 도움을 받게 된다. 어떤 과정을 거치든 회복에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하며 그동안 가족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많은 부담이 발생한다.
한 번 넘어진 경험이 있는 노인은 또 다시 넘어져서 사고를 당할 확률도 두 배로 높아진다. 이는 낙상과 관련된 개인적 위험인자가 여전한 데다 어두운 조명, 계단 또는 미끄러운 바닥, 걸려 넘어지기 쉬운 전기 줄과 같이 해당 환자를 둘러싸고 있는 외부 환경 요인이 개선되지 않았을 경우 더욱 그렇다. 낙상 대부분이 실내에서 일어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므로 노인의 낙상ㆍ골절 문제는 단순히 병원과 의료진의 의학적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인 노력이 함께 요구되는 부분이 매우 많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는 암이다. 암에 대해서는 누구든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치료받지 않은 고관절 골절의 생존율은 1년이 채 안될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다. 어찌보면 암보다 더 무섭고 치명적인 질병이 골절이라고 할 수도 있다. 낙상은 일상생활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노인 골절은 많은 경우 수술이 필요해 고령 환자에게 부담이 되며 장기간 재활, 삶의 질의 현격한 저하, 더 나아가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문제란 인식이 절실하다. 또 골절은 수술ㆍ치료 등 의학적 문제뿐만 아니라, 생활에서의 돌봄이 필요하기 때문에 환자 개인이 아닌 가족 전체의 문제가 된다. 당연히 사회ㆍ경제적으로도 많은 부담을 유발한다. 낙상은 주변 환경 개선을 통해 많은 부분 예방할 수 있다. 우리가 암에 대해 갖는 관심의 일부만이라도 낙상과 골절에 쏟아주길 기대한다.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낙상이 갖는 사회적 의미는 그 어떤 질병보다 절대 작지 않다.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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