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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국외이주와 출국세

최종수정 2017.09.21 14:45 기사입력 2017.09.21 10:44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국내 비상장회사의 주식을 다량 보유하던 어느 한국 주주가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이주한 다음 그 주식을 전량 처분했다. 그 주주가 미국으로 전출하기 전에 주식을 양도했다면 과세관청은 그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었으나 양도 당시 미국 거주자였으므로 한·미 조세조약의 양도소득 비과세 조항에 따라 과세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가상의 사례다.

오래 전부터 거주지 이전을 통한 절세 시도는 존재해 왔다. 높은 세 부담을 지는 국가에 거주하는 납세자가 세 부담이 낮은 국가로 거주지를 이전하면 손쉽게 조세절감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1970년대 말 스웨덴의 테니스 스타 비외른 보리가 세금을 피해 모나코로 이주한 사례는 유명하다. 근자에는 페이스북 공동창업자인 에두아르도 사베린이 기업공개 전인 2008년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싱가포르로 이주한 뒤 거기서 38억 달러의 주식양도차익을 실현해 미국 국세청이 6억 달러의 과세 기회를 상실한 것이 화제가 됐다.

거주지 이전에 따른 이 같은 세수결손은 내년부터는 차단될 전망이다. 2016년에 도입된 출국세가 2018년 1월1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과세대상 대주주에 해당하는 국외이주자가 10년전부터 출국일까지 국내에 5년 이상 거소를 두었다면 그 대주주는 출국 시점에 보유 주식의 미실현 이익의 20%를 출국세로 납부해야 한다.

출국세는 40~50년 전부터 미국, 독일,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에서 시행돼 온 제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015년 세원잠식과 소득이전방지 프로젝트(BEPS)의 실행계획 6에서 출국세 부과를 권고하고 있다, 일본도 2015년 7월1일부터 출국세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의 국적포기자가 20만명을 훌쩍 넘어서는 상황에서 출국세 도입은 과세권 확보 차원에서 수긍할 만하다. 그동안 과세관청은 거주자 개념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에 대응했으나 정식의 입법정비가 이뤄진 셈이다. 향후에는 과세대상이 주식만이 아니라 다른 재산으로도 확대되고 법인에 대한 출국세 도입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출국세는 미실현 소득에 대한 과세고 이주국의 과세권 행사방식에 따라 이중과세가 발생할 수 있어 납세자의 거주지전의 자유와 재산권 및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상 정당성 문제가 있다. 출국세 제도가 납부유예, 손실의 사후조정, 외국납부세액공제 규정을 둬 헌법위반의 소지를 줄이고 있지만 특별한 형태의 세제이므로 향후 시행 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점을 주시해 적시에 보완할 필요가 있다.

납세자의 이민은 우리나라의 세수 상실을 초래함은 물론 재산의 국외이탈을 수반해 고용과 소비도 줄어들게 한다.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마당에서 고소득자 중심의 국외 전출자의 증가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출국세를 통해 국외이주를 억제할 필요도 있지만 차제에 더 나아가 자력이 있는 외국인에 대해 우리나라로 전입을 유도하도록 세제상의 유인을 제공하는 조치도 보강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일정한 외국인 기술자가 내국인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받는 근로소득에 대해 2년간 소득세의 50%를 감면해주고 외국인 임원 또는 사용인이 국내에서 근무해 받은 근로소득에 대해 5년간 19%의 단일세율로 과세하는 혜택을 주고 있다. 단기 거주 외국인의 국외소득에 대해서도 국내로 송금된 부분만 과세하는 특례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들 규정은 한시적이거나 혜택 정도가 크지 않다. 외국인 투자에 대한 법인세 감면과 같이 보다 근본적인 조세유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바야흐로 우수 인력과 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전세계적 조세경쟁(International Tax Competition) 시대의 한가운데 서 있다. 국외이주자에 대한 출국세의 부과가 출국패널티(Exit Penalty)라면 이제는 반면교사로 우수인력의 입국에 대해 입국보너스(Entry Bonus)의 제공을 강화하는 것도 생각해 볼 시점이다.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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