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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구조적 문제 해결 없는 방위산업…수출에도 악영향  

최종수정 2017.09.08 10:37 기사입력 2017.09.08 10:37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김영후
[아시아경제]요즘 국내 방산업계는 침울하다. 지난달 28일 대통령은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실제 압도적 비리 액수는 해외 무기 도입 과정에서 비롯되고 우리 자체 무기 비리는 크지 않다. 그럼에도 군 전체가 방산비리 집단처럼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정확한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한 바 있다. 대통령의 정확한 현실 인식에 다소 안도는 되지만 무기 중개상과 해외 업체들은 다 빠져나가고 국내 방산업체만 조사 대상으로 남지 않을까 염려도 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리베이트만 없애도 국방예산의 20%가 절감된다"는 한 마디로 시작된 전방위적 방산비리 조사가 1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비리 문제가 아닌 다른 구조적 문제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방산 비리와 관련해서는 일벌백계 해야 하지만 개발 과정의 성능 결함까지 비리로 몰아가는 것은 국력 낭비이자 국익 손실이다.

이를 전제로 방위산업의 문제점을 몇 가지 짚어본다. 첫째, 가격 경쟁 심화로 인한 수익 악화 문제다. K-9 자주포의 경우 1999년 최초 납품가격이 대당 37억 원이었다. 10년 가까이 지난 현재에도 38억 원 수준이다. 인건비ㆍ재료비 상승을 감안하면 기업은 특단의 조치로 비용을 절감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첨단 과학 기술을 요구하는 방산업계가 지속적인 기술투자 없이 사업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둘째, 우리 군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작전요구성능(ROC)을 바라고 있다. 10년 넘게 표류하고 있는 차기 전술교량 개발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유일의 전차 제작사인 현대로템은 회사 자체 예산까지 투자해 당시 세계 최고 수준(55m)에 근접한 53m급 교량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군 목표치(60m)에 미달했다는 이유로 사업은 실패로 귀결됐다. 우리 군이 작전하는 데는 사실 50m 수준의 ROC도 큰 무리가 없었다. 만약 군이 목표치를 낮췄다면 개발 성공은 물론 적기에 전력화를 한 후 운용과정에서 성능을 더 개량할 수 있었다고 방산 전문가들은 안타까워 한다. 무기체계 개발은 첫 개발 제품부터 100% 완벽할 수는 없다. 통상 개발된 첨단 무기체계는 시험평가를 거쳐 야전부대가 전력화한 이후 문제점을 보완한다. 미국 F-35전투기도 초도생산단계에서 엔진에 화재가 발생했다. UH-60 헬기도 전력화 이후 5년이 지나서야 체계결빙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 미국은 이를 방산 비리로 취급하지 않는다.

셋째, 방산업체에게 충분한 예산과 개발ㆍ시험평가 기간을 보장해 주지 않는 건 아쉬운 점이다. 일례로 수리온은 개발 착수에서 생산까지 6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미국의 V-22 수직이착륙기가 첫 비행 이후 20년 가까이 시험을 반복했던 것과 비교된다.
넷째, 우리 정부는 방산기업의 생산차질로 사업이 지연되면 지체상금을 부과한다. 그러나 해외 방산기업은 납품이 아무리 늦어져도 계약금과 계약보증금의 10%만 내면 된다. 국내의 경우 한도가 없다. 하루를 지체하면 계약금액의 0.15%를 벌금으로 물리는데 1년이면 그 규모가 54%에 달한다. 사채이자보다 높은 지체상금 문제로 국내 방산업계는 울상이다.

짧은 개발기간 대비 과도한 ROC, 생산지연으로 인한 과도한 지체상금 부과 등으로 국내 방산업체의 한숨이 깊어지는 사이 방산 수출액은 급감했다. 최근 3년간 방산 수출액은 2014년 36억 달러(4조 원)에서 2015년 35억 달러(3.9조 원) 그리고 2016년에는 25.5억 달러(2.9조 원)로 하락세다. 사실 T-50 고등훈련기 1대 수출은 중형자동차 1150대가 판매된 것과 맞먹는 효과가 있다. 또한 향후 20~30년 간 후속적으로 파생되는 군수지원 매출을 창출한다. 무기체계 개발 과정에서 구조적 문제를 제도적으로 보완하지 않는다면 한국 경제 수출동력의 한 축이 무너질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김영후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상근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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