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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불쌍한 원천징수의무자

최종수정 2017.09.07 10:53 기사입력 2017.09.07 10:53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아시아경제]정부가 제출한 2018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세수입 금액이 268조원을 넘는다. 이 많은 세금은 누가 거둘까? 흔히 국세공무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납세자가 스스로 신고 납부한 금액이 대부분이다.

208조원을 거둬들인 2015년의 경우 국세공무원 2만여 명이 세무조사를 실시해 부과한 금액은 불과 10조원 남짓(1인당 5억원 정도)이다. 나머지 198조원은 납세자가 자진 납부했고, 특히 이 중 48조원은 직원 봉급 등 돈을 지급한 회사(원천징수의무자)가 국가를 대신해 미리 세금을 떼어(원천징수) 납부한 것이다.

2018년도에도 2015년도와 유사하다. 수치상으론 원천징수의무자의 국고수입 기여도가 국세공무원의 5배나 된다. 그럼 원천징수의무자는 국가로부터 어떤 보상을 받는가? 아무 것도 없다. 국세공무원은 국가로부터 봉급을 받지만, 원천징수의무자는 보상은커녕 자칫 잘못했다간 원천징수할 금액의 100분의 10까지 가산세를 부담해야 한다.

원천징수제도는 역사적으로 '징세청부인(徵稅請負人, tax farmer)' 제도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이들은 국가(왕실)로부터 징세권을 위임받았다. 그런데 이들은 위임받은 금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거둬 차액을 착복했다. 선량한 시민들이 '공공의 적(敵)'으로 여길 만했다.

심지어 '질량불변의 법칙'을 발견해 근대 화학의 아버지라 불린 프랑스 화학자 라부아지에(Lavoisier)조차도 그가 젊었을 때 징세청부인으로 일한 경력이 발각돼 1794년 프랑스혁명 때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반혁명분자라는 죄목이다. 징세청부인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이 그를 인정사정없이 형장에 몰아세운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가 등장하면서 징세청부인 제도는 사라졌고, 그 대신 원천징수의무자가 등장했다. 바로 징세 편의 때문이다. 한 회사의 수천 명 종업원을 일일이 국세청이 관리하는 것보다 회사가 월급 줄 때 직접 관리하는 것은 분명 효율적이고 사회적 비용이 덜 든다. 그렇지만 원천징수의무자가 부담하는 세법상 의무는 무겁기만 하다. 우선 세법에 통달하고 있음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국세공무원도 헷갈리는 세법 조항이 적지 않다. 무리다.

첨단금융기업을 사용한 국제금융거래라도 원천징수의무자는, 삼국지의 봉추 방통처럼, 누가 실제귀속자인지를 꼭 집어내어 원천징수해야한다(론스타의 경우에는 과세관청이 몇 년씩이나 세무조사해서 겨우 알아내었다). 억지다. 심지어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못했어도 세법은 일단 지급한 것으로 보고 세금만큼은 꼬박꼬박 제 달에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놀부 심보다.

따라서 원천징수의무자 관련 세법 규정을 개정해 그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마땅하다.우선 돈을 지급할 때만 원천징수하게 하되, 그 적용세율은 하나로 통일해 원천징수의무자가 일일이 세법을 뒤적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원천징수의무자의 원천징수 행위는 그저 지급사실을 국가에 보고하는 수준에 그쳐야 하고, 국세청은 보고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세금탈루 혐의를 밝혀내야 한다. 그리고 원천징수과정에서 발생한 단순 착오 등에 대해서는 가산세를 부과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줬더니 도리어 물에 떠내려간 보따리는 왜 꺼내주지 않았냐고 타박하는 것과 유사하다. 국가가 행해서는 안 될 염치없고 치졸한 짓이다.

입법은 자유지만 그 내용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헌법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될 수도 있다는 점에 비춰봐도 더욱 그러하다.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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