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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소득주도성장론의 함정

최종수정 2017.09.06 10:31 기사입력 2017.09.06 10:31

공병호
[아시아경제]모호한 시대다. 이 사람 말을 들으면 이 사람이 옳은 것 같기도 하지만, 또 저 사람 말을 들으면 저 사람이 옳은 것 같기도 하다. 청산을 외치는 목소리는 높지만, 창조에 관한 이야기는 그다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과거에 관한 이야기로 꽃을 피우지만 미래를 향한 이야기는 드물다. 돈 쓰는 일에 관한 이야기는 무성하지만 벌어들이는 일에 대해서는 조용하다.

아무튼 세상이 어떠하든지 간에 보통 사람들의 관심은 삶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다. 문제는 삶을 나아지게 만드는 방식을 둘러싸고 사람들 사이에 이견이 만만치 않다. 근래에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나라가 사람들의 지갑을 두둑하게 해주면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소득주도성장론'을 옳다고 믿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무엇이 옳은가보다는 다수가 무엇을 옳다고 생각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국가들의 과거를 추적하다 보면 어김없이 만나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다수가 좋은 것처럼 보이고, 느끼는 대로 정책과 제도를 운용하다가 큰 비용을 치르게 된 것이다.

잘 사는 비결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자연계를 관통하는 현상을 유심히 살펴보면 그곳에는 어김없이 공통점이 있다. 모든 것은 변하고 그 변화는 계속해서 남겨두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구분한다. 버려야 할 것은 버리지 못하고 움켜쥐는 곳에는 어김없이 퇴적물이 차곡차곡 쌓여만 간다. 마치 인체의 동맥경화와 같은 그런 현상들은 조직과 사회에서도 어김없이 만날 수 있는 일이다. 조직의 곳곳에 잉여인력들이 쌓여가고 옛 방식을 고집하는 조직이라면 필연적으로 어려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성공하는 사기업들은 바꾸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 불필요한 조직과 인력을 정비하는 일은 일상의 한 부분처럼 자리를 잡는다. 잘되는 조직에게 쇄신(刷新)이나 혁신(革新)과 같은 단어는 그냥 일상일 뿐이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라고 해서 다를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시대 변화에 발맞춰서 낙후된 제도나 정책을 정비하고 자원을 하마처럼 먹어치우는 조직이나 기관이나 정책을 정비하고 때로는 없애는 일은 불가피하다. 이를 등한히 하는 사회는 어려움을 피할 길이 없다. 어려움을 당할 때가 되면 사회에 곡소리가 진동할 정도로 고통을 당한다. 흔히 말하는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사회가 비용을 치르지 않고 오랫동안 지탱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잘라내고 솎아내는 일이 없으면 어떤 사회라도 자원을 낭비하는 일들이 굳건한 현상으로 자리 잡게 된다.

갑이란 집단에서 현금을 얼마간 쥐어주고, 을이란 집단에 현금을 얼마간 쥐어주는 일이 좋은 정책이란 이름으로 행해질 전망이다. 돈을 나누어주는 정책으로 인류사에서 크게 성공한 국가가 있는지 모르겠다. 경제적 진실은 잘 산다는 것은 자원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일이다. 그곳은 돈이 가능한 생산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정책의 물꼬를 잡는 일일 것이다. 좀비 같은 기관이나 정책이나 제도에 대한 수술 없이 현금을 나누어주는 정책이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 세상에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수술은 항상 고통을 수반한다. 다수가 원하지 않는 일이다. 결국 쉬운 길, 편안한 길로 가게 된다. 작은 정부, 균형재정, 구조조정, 규제 완화, 민영화, 시장원리, 경쟁력 강화 등은 우리 사회에서 이젠 듣기 힘든 용어가 되어버렸다. 그 귀추가 어떻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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