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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북한의 근본적 변화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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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기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조영기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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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북한은 지난 3일 12시 29분 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즉각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한 정부는 '최고의 강한 응징방안'과 '실망과 분노'도 표명했다.

전력(前歷)을 보면 정부의 강력한 응징과 분노의 기조가 얼마나 지속될지 자못 의심스럽다. 북한의 위험한 도발이 태풍처럼 몰아칠 때 응징과 분노의 기조는 늘 잠시였고, '대화와 협상'의 목소리가 이 기조를 역전시켜 왔기 때문이다. 이런 학습효과로 이번 6차 핵실험의 강경한 목소리가 곧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즉 북핵 폭주의 상황은 이제 일기예보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 우리가 직면한 안보불감증의 실상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문 대통령은 북핵과 관련해 후보시절에는 6차 핵실험을 레드라인으로, 100일 취임기자회견에서는 핵탄두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탑재를 레드라인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서 북핵 폭주의 레드라인은 2006년 1차 핵실험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한국을 직접 위협하는 미사일은 ICBM이 아니라 스커드나 노동미사일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또한 북핵 위협의 최대 피해국은 미국도 일본도 아닌 대한민국이라는 점에서 레드라인을 넘은지 오래됐다. 이같은 안이한 인식이 북핵 질주를 방기(放棄)한 요인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안이한 국방ㆍ안보태세는 지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지속되는 동안 우리 사회는 '대화냐 압박이냐'를 두고 네 탓 공방으로 세월을 보냈다. 우리 모두가 북핵문제에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징비(懲毖)의 죽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징비의 죽비란 '과거의 잘못을 경계하여 그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고 깊은 잠에서 깨어난다'는 의미다. 즉 잘못은 찾아 그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 징비의 첫걸음은 북핵 문제와 관련한 우리의 오판과 극복 방안, 필요한 조치들에 대한 성찰과 결단이다. 우선 우리의 오판은 북핵문제를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근거없는 기대감이다. 이와 함께 북한의 핵개발은 미국과의 협상용이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핵으로 한국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순진한 희망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온갖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개발에 집착하는 근원은 '핵을 앞세워 한반도의 적화통일 완성'이라는 통일대전략을 달성하는 것이다. 즉 김정은에게 북핵은 한국을 흡수통일하려는 전략적 자산이자 무기라는 점을 망각한 것이다. 또한 '대화와 협상'의 용도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성하는 시간벌기의 수단이라는 점이 지난 25년의 역사가 대변해주고 있다.

6차 핵실험의 의미를 놓고 우리는 북한이 상당한 핵능력을 보유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는 남북한의 군사적 운동장 구조가 이미 북한으로 기울어졌다는 의미일 뿐만 아니라 한국의 핵인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따라서 한국의 자강력을 강화시킬 방안 마련이 시급한 과제이다. 대한민국이 북핵 인질로 전락했다는 것은 '죽을 것인가, 김정은에게 항복할 것인가'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점과 다를 바 없다.

북핵에 대응할 자강력 강화 방안은 독자 핵무장이나 전술핵 배치를 통해 '공포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이 두개의 카드는 중국압박의 유효한 카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지도자의 결단과 국민의 단결이 요구된다. 물론 고통의 계곡을 넘겠다는 각오도 필요하다. 한미동맹은 미흡한 한국의 자강력을 보완해준다는 점에서 동맹의 신뢰는 더욱 굳건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미동맹의 현안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배치로 한미간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절실하다. 그리고 전반적인 대북정책의 구조적 변화가 요구된다. 그 변화는 기존의 '대화와 협상'이라는 수사적 틀에서 벗어나 '북한의 근원적 변화'를 강제할 수 있는 틀로의 전환이다.

조영기 고려대학교 통일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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