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초동여담]프랑켄슈타인은 페미니스트?

최종수정 2017.08.30 15:43 기사입력 2017.08.30 15:43

아련히 떠오르는 공포영화의 한 장면. 큰 몸집에 각진 얼굴, 얼기설기 꿰맨 피부와 목에 박힌 나사, 초점을 잃은 퀭한 눈을 가진 괴물이 등장하자 사람들은 혼비백산한다. 프랑켄슈타인이다. 사실 이 괴물에겐 이름 따윈 없다. 프랑켄슈타인은 죽은 사람들의 신체 기관을 수집해 하나의 생명체를 만들어낸 과학자의 이름이었다.

이 괴기스러운 이야기를 만든 이는 메리 셸리다. 1818년이었다. 19세기 초에 여류 작가가 프랑켄슈타인을 집필한 배경을 알기 위해서는 출생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그는 220년 전 오늘인 1797년 8월30일 영국에서 태어났다. 눈길을 끄는 것은 메리 셸리의 어머니가 '여성의 권리 옹호'를 썼으며 최초의 페미니스트로 꼽히는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라는 점이다. 울스턴크래프트는 메리 셸리가 어렸을 때 사망했기 때문에 그가 직접적으로 어머니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인 윌리엄 고드윈은 남녀가 평등하다는 데 동의하고 울스턴크래프트와 결혼한 자유주의 정치 철학자이자 아나키스트였다.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로 여겨졌고 정치적, 경제적 권리도 없는 시대에 메리 셸리가 당시로서는 급진적인 사상을 가질 수 있었던 바탕에는 이런 아버지의 지원이 있었다.

그가 낭만주의 시인이자 정치 철학자 퍼시 비시 셸리와 결혼한 것은 1816년이다. 이해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구상이 시작됐다. 셸리 부부는 절친했던 낭만주의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과 함께 스위스 제네바에서 여름을 보냈는데 장마가 계속됐다고 한다. 밖에 나가지 못해 무료했던 바이런은 괴기 소설을 쓰자는 제안을 했다. 여기서 메리 셸리는 한 과학자가 시체를 되살리는 이야기를 썼다. 이 이야기가 발전한 것이 2년 뒤 출간된 '프랑켄슈타인'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때 같이 머물던 바이런의 주치의 존 윌리엄 폴리도리는 흡혈귀 이야기를 다룬 '뱀파이어'를 썼다는 점이다. 이 소설은 '드라큘라' 등의 원형이 됐다. 이를테면 프랑켄슈타인과 뱀파이어가 한 자리에서 태동한 셈이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탄생한 프랑켄슈타인에 메리 셸리가 담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소설 속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만든 괴물은 여성을 배제하고 있는 사회를 빗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저명한 영국 학자 허버트 스펜서가 "오직 하나의 부모로서 아버지만 존재한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론인 셈이었다. 메리 셸리는 여성의 존재를 지우고 후손을 만들어내는 남성들의 가부장적 욕망이 빚어낸 끔찍한 결과를 소설로 그렸다. 그의 탄생 220주년을 맞아, 프랑켄슈타인이 전하는 메시지를 다시 생각해본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오늘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