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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소비자도 불만인 통신비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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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제품 싸게 사고 싶은 것이 소비자의 기본적 욕구다. 반대로 공급자 입장에선 좀 더 비싸게 팔아먹으려 한다.

콩나물도 시장에선 서로 눈 흘겨가며 흥정할 정도이니, 스마트폰 같은 전자제품이나 아파트로 대표되는 주택 가격은 더 따져보게 마련이다. 가격 수준이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항상 왈가왈부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사회구조다.
통신서비스 비용에 대한 소비자와 공급자의 시각차 역시 크다. 소비자단체 등은 우리의 통신비 수준이 많이 높다고 본다. 설문조사를 해보니 통신비가 과도하다는 응답이 많았다는 점을 근거로 한다. 반면 이동통신사들은 OECD 평균 대비 15~40% 저렴하고 가계지출 중 통신요금 비중이 크게 축소돼 왔다며 과도하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소비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통신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대통령 공약을 실천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통신서비스에 지출하는 비용이 많다는 전제를 기본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 와이파이 확대 조치에 이어 지난 주말을 앞두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 조치를 전격 확정, 발표한 것도 그런 취지의 연장선이다. 이로 인해 9월15일 신규 가입하는 소비자들부터 할인율이 20%에서 25%로 5%포인트 높아진다. 이를 통해 연간 1조원 규모의 국민 통신비 절감이 가능하게 됐다고 밝혔다. 예고한 대로다.

공공 와이파이 확대에 적극 협력해온 이동통신업계는 선택약정 상향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는 법규상 5%포인트 상향이 가능하게 할 근거가 부족한 상태이고, 이로인해 수익이 줄어들면 미래 통신서비스 품질 제고를 위한 노력을 하기 어렵게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이번 정부의 조처에 대해 업계가 소송을 정식 제기하는 방법으로 대응할지는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미운털'이 박혀 불이익을 당할까 겁내는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그런데 어렵사리 선택약정 할인율이 높아졌으되 정작 소비자의 호평을 받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는 것이 문제다. 당장 소비자단체는 기존 가입자한테 소급적용하지 않는다며 규탄하고 나섰다. 시행 이후에도 체감 만족도가 높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가 적잖이 나올 것이다. 1조원이나 그 이상에 달하는 총합 절감규모가 커보일지 모른다. 1000만명이 혜택을 본다고 했을 때 소비자 1인당 월 평균 부담액은 8300원 정도 줄어든다. 하지만 고급 스마트폰을 쓰는 이들에게 크게 도움이 되는 수준이 될까 싶다. 정부가 기존 가입자에게 할인율을 소급적용하도록 업계를 종용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설사 그렇게 한다 한들, 소비자의 불만이 사라질까. 선택약정을 소급 적용하도록 강제 시행하고 1년 후쯤 설문조사를 했을 때, 과연 과반 넘는 소비자들이 "통신비가 과도하지 않은 세상"이라고 응답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소비자는 만족하지 못하고 업계의 경영위협만 가중시키는 정책이라면 달갑지 않다. 특히 정부의 정책이 시장에서 이해 당사자간 파이 나눠먹기, 제로섬 게임에 나서도록 만들어서도 곤란하다. 공약 사안이라고 해서 무조건 100% 이행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은 아닌지도 살펴야 한다. 앞뒤 재지 않고 밀어붙이는 문화가 적폐다. 연간 4조원 정도에 달하는 이동통신사 영업이익이 커보일 수 있지만, 그것이 통신비 인하를 추진하는 근거여서는 더더욱 안 된다. 그렇게 따져 들어가면 모든 업종에 걸쳐 옥석이 구분(俱焚)될 것이다.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에는 수많은 상품 종류가 있고, 소비자는 자신의 여건에 맞춰 상품을 선택할 자유가 있는 세상이다.






소민호 산업2부장 sm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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