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들어난 것만 보더라도 대도시의 고층 빌딩과 아파트 등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손색이 없는 수준까지 이르렀으나 지방, 농촌지역을 보면 아직 선진국 수준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많다. 선진국의 농촌을 볼 때 우리도 언제 이런 풍족한 모습의 농촌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부러운 생각이 든다. 성장의 과실이 도시를 넘어 지방 농촌까지 빠른 시일 내에 확산되는 방안이 적극 강구돼야 한다. 미래를 내다보면 우리 경제는 더 많은 문제를 갖고 있다. 전반적인 성장동력이 약화되고 있고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뚜렷하게 국제 경쟁력을 가진 산업을 찾기도 쉽지 않다. 우리 산업은 대부분 선진기술의 도입, 제조과정의 혁신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제조과정의 혁신도 중요한 성장 동력이지만 중국 등 개발도상국들이 빠른 속도로 따라잡고 있다.
중국은 시간적 한계를 다른나라에 비해 월등히 큰 공간과 인구를 통해 극복하고 있다. 한국은 새로운 경쟁을 어떻게 이겨 나갈 수 있을까? 먼저 연구개발(R&D)투자에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에 만난 공대교수는 대학에서 수행하는 대부분의 연구는 논문 중심이어서 실제 제품개발로 활용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이 갭은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메워야 하나 기업 혼자 투자 리스크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AI, 빅테이터, 유전공학은 엄청난 규모의 투자가 요구되고 세계최고의 기술만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 분산 등을 위한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
선진국보다 경험을 축적할 시간도 부족하고 중국과 달리 공간과 인구도 적은 우리가 이 험난한 경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R&D 및 산업지원을 위한 국가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서울공대 교수가 제언했듯이 새로운 시도를 과감히 허용하고 시행착오와 실패를 인정ㆍ격려해 경험의 축적을 확대해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고 실패에 따른 개인적ㆍ사회적 리스크가 큰 사회에서는 세계최초, 세계최고의 기술개발은 어렵다. 국가 R&D 과제 선정시 실패할 연구과제를 발굴해보는 새로운 시도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