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알파고는 스스로 실력을 향상시켜 이제는 인간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수준이 됐다. 처음에는 인간 고수들이 두는 수를 배웠지만, 그 후에는 알파고끼리 대국을 하며 수를 배웠다. 알파고 개발자가 전한 말은 충격이다. 알파고 개발 초기에 제공된 전문가의 지식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인간이 도와주지 않아도, 기계가 스스로 배워서 고도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배제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능력의 인공지능에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인공지능에도 한계는 있다. 인공지능 시스템을 만드는 방법론에 따라 다른 약점을 보인다. 특히 요즘 각광을 받는 데이터 기반의 기계학습 인공지능은 놀라운 성과도 있지만 치명적인 약점도 많이 보이고 있다. 기계가 내린 결론이 어떻게 도출됐는지 설명을 못한다.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그 한계도 모른다. 이런 시스템에 우리 인류의 생존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결정을 맡길 것인가.
또 기계학습 인공지능은 개발자의 의도대로 발전하지 않을 수 있다. 인터넷상에서 불온한 내용을 접한 뒤 듣기 거북한 쌍소리를 내뱉었던 채팅로봇이 바로 그 사례다. 그래서 인공지능을 감시하거나 안전하다는 인증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공지능은 기술이 아니라 목표라고 하는 것이 옳은 평가일 것이다. 그 목표를 향해 여러 기술이 동원된다. 따라서 인공지능의 연구분야는 매우 광범위하고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자동화, 최적화, 인간화의 인공지능인데 어느 영역에서인들 활용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전문가들은 향후 15년간 건강의료, 교통, 교육, 안전, 예술, 제조생산 등의 영역에서 인공지능이 집중적으로 쓰이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공통되는 기반 기술이 있긴 하지만, 놀라운 성과는 각 영역에서의 독립적인 기술 개발의 결과다. 그래서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시도를 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과정에서 기술을 축적함과 동시에 인공지능의 능력과 한계를 정확히 이해하게 될 것이다.
어느 영역에서 어떤 업무를 하든지 인공지능의 능력과 한계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허황한 기대도 문제이지만 기술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함으로 인한 기회 상실은 더 큰 문제다. 특히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은 인공지능에 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기술이 성숙하기도 전에 규제의 덫을 씌우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장·KAIST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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