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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4차 산업혁명과 글로벌화는 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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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호 前 코트라 사장

오영호 前 코트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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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얼마 전 미국 포천지 등 주요 경제ㆍ기술 매체들이 흥미 있는 기사를 내보냈다.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와 세계적인 전기차 기업 테슬라ㆍ민간 항공우주업체 스페이스X 등을 이끄는 일론 머스크가 인공지능(AI)의 미래를 두고 공개 논쟁을 펼쳤다는 내용이었다. 저커버그가 머스크의 AI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에 의문을 제기하자 머스크가 자신의 트위터에 저커버그의 이해 부족을 지적하면서 슈퍼 AI가 언젠가 인류의 통제를 벗어나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거듭 경고한 것이다.

인류의 미래를 바꿀 최첨단 기술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관련 연구와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두 사람이 낙관론과 비관론으로 갈려 논쟁을 벌였다는 사실이 놀랍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의 추격자인 우리 입장에서 두 사람의 시각차는 당혹스럽다. 미래 신기술 현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CEO의 입에서 전혀 다른 말이 나오니 어느 편이 옳은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낙관론을 경계하면서도 비관론에는 가담하지 않는 균형 잡힌 태도다. 저커버그의 낙관론과 머스크의 비관론은 부분적으로 충분히 공감할 만하므로 좋은 것은 취하고 나쁜 것은 경계하되 글로벌 트렌드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둘러싼 두 사람의 논쟁은 우리 사회의 글로벌화와도 일맥상통한다. 4차 산업혁명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세상의 융ㆍ복합과 초연결이라면, 글로벌화는 한국인과 외국 이주민 간의 융ㆍ복합과 조화다. 글로벌화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수반한다는 점에서 4차 산업혁명의 미래에 관한 낙관론과 비관론을 닮기도 했다. 두 사안 모두 균형감각과 통찰력을 필요로 한다.

한국은 더 이상 단일민족 사회가 아니다. 외국인 노동자와 그 가족, 결혼 이주자, 유학생 등 급격한 유입으로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0만명이 넘는다. 통계청의 외국인 고용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상주 외국인 가운데 경제활동 인구는 100만5000명이다. 2050년에는 이민자와 그 자녀까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0%를 넘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여러 분야에서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기초적인 생산마저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다. 많은 이주여성이 가정을 꾸리고 다양한 사회활동에 참여하면서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화는 해외진출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내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정립하려는 노력을 의미한다. 진정한 글로벌 스탠더드는 공정성과 다양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확보할 수 있다. 이 땅의 외국인은 우리 문화에 동화돼야 하고 해외에 진출하는 한국인이나 해외동포는 정체성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는 사고가 지배하는 한 우리의 글로벌 감각은 반쪽짜리가 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최저임금 결정 이후 '최대 수혜자는 외국인 노동자'라는 주장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인상폭을 둘러싼 논란은 차치하고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부추기는 듯한 모습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외국인 노동자가 최저임금의 최대 수혜자라는 주장의 이면에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제공하는 노동의 대가가 아깝다는 차별적 심리가 버티고 있다. 같은 노동을 하면 동일한 대가를 받아야 할 뿐 아니라 한국인이 기피하는 일을 외국인 노동자가 대신하는 현실을 잊고 이분법적인 비교로 수준 낮은 질투심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에 대한 관용과 포용은 우리 모습을 돌아봄과 동시에 그들을 우리와 같은 인격체로 대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고답적·획일적 시선과 얄팍한 감정에 매몰되기보다 단순노동 인력이 부족한 우리 현실을 인정하고 그들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때 우리의 글로벌 감각도 성숙될 것이다. 그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는 올바른 자세이기도 하다.

오영호 전 코트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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