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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트럼프를 두손 들게 한 CBO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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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철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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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식이 열렸던 지난 1월2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른바 오바마케어(전국민건강보험법ㆍACA) 폐지를 위한 1호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의기양양한 점령군의 모습이었다.

이때만 해도 오바마케어는 당장 땅에 묻힐 것 같은 분위기였다. 오바마케어 폐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1호 공약이기도 했고, 여당인 공화당도 상하원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오바마케어는 건재하다. 오히려 심각한 내상을 입은 쪽은 이를 대체하겠다고 추진했던 트럼프케어(미국보건법ㆍAHCA)와 다수의 수정안들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4일 이전에 공화당 지도부가 오바마케어 폐지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윽박질렀다. 그러나 공화당은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당 지도부조차 여름 휴회 이전에 오바마케어 폐지나 트럼프케어 대체 입법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완패다.

결정적인 패인으로 공화당 내 분열이 손꼽힌다. 오바마케어 폐지만이라도 이끌어내기 위해 온갖 묘수가 총동원되다시피 했지만 상원 내 중도파와 강경파 4~5명의 반대를 끝내 돌려세우지 못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경과를 찬찬히 살펴보면 오바마케어를 지키고 트럼프케어를 무너뜨린 일등 공신은 미 의회예산국(CBO)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하원이 처음으로 트럼프케어를 밀어붙였던 지난 3월 CBO는 트럼프케어가 적용되면 향후 10년 내 미국인 2400만명이 추가로 보험을 잃게 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26년엔 건강보험 미가입자는 총 5200만명에 이르게 된다.

언론들은 이를 일제히 톱뉴스로 전했고 여론과 공화당 내 분위기도 급속도로 악화됐다. 트럼프케어 추진 동력도 덩달아 급속히 소멸해갔다.

이후 백악관과 공화당은 5월과 6월에 이어 지난 7월 말에도 오바마케어 폐지에 당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번번이 CBO의 보고서가 발표되고 난 뒤 여론이 악화되고 이탈표가 늘어나는 현상이 반복됐다.

CBO는 5월과 6월의 트럼프케어 수정안에 대해서도 각각 향후 2300만명과 2200만명이 추가로 보험을 잃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사실상 사망선고였다. 지난달 28일 제출된 수정안에 대해 CBO 보고서는 추가 보험 상실자를 1600만명선으로 예측했다. 그래도 여론과 당내 반대파를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CBO는 '일개' 입법보조기관에 불과하다. 의회에 예산안 편성과 심의에 필요한 자료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설립 취지다. 하지만 CBO의 괴력은 '초당파성'에서 나온다. 1974년 설립 이후 CBO는 어느 정당에도 치우치지 않는 철저한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조하는 연방 기관으로 운영돼왔다.

CBO 보고서의 정확성을 비판할 수 있어도 정파적이란 딱지를 붙이기는 힘든 구조다. 물론 최근 심사가 뒤틀린 트럼프 대통령은 CBO를 거세게 공격하고 있고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CBO 예산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미국 내 상식과 여론과는 한참 동떨어진 얘기다.

현재 CBO의 수장부터 공화당이 지명한 인사다. 트럼프 정부의 싱크탱크를 자임하고 있는 미국기업연구소(AEI)의 경제학자 마이클 스트레인조차 "CBO 보고서가 당파적이지 않고 합리적"이라고 두둔할 정도다.

지난 6개월간 두드러졌던 CBO의 활약은 당파성을 떠나 신뢰할 수 있는 팩트를 지키려는 노력과 제도가 그 사회의 민주주의와 권력분립에 얼마나 소중한 자산인지를 새삼 되돌아보게 한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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