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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제헌절의 의미 '역사는 단절이 아니라 영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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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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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올해 제헌절은 유난히 뜻깊게 느껴졌다. 87년체제를 청산하는 개헌을 앞두고 있기 때문일까. 1950년 5월 10일 총선거에서 임기 2년의 제헌국회가 구성됐다. 제헌국회에서 그해 7월12일 헌법이 통과됐는데 공포는 7월17일에 했다. 왜 5일간의 간격을 두었을까.

이는 '1335년 7월17일이 조선왕조가 시작되는 날'이기 때문에 역사의 영속성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우리의 선인들은 "2차대전 이후 아시아ㆍ아프리카에서 우후죽순 격으로 많은 신생국이 독립 했는데 대한민국은 그들과 다르다. 우리는 5천년 역사를 지닌 전통있는 국가이고 이 전통을 이어왔다"는 사실을 기회만 있으면 강조했다.
헌법전문에도 이런 사실이 명시됐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ㆍ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ㆍ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라고 적시했다. 다시 말해서 전통, 계승, 재건이 키워드다.

이를 좀 더 풀어보면 우리나라는 일제의 식민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엄연한 독립국가로서 일본과 대등한 관계였는데 일본이 일시적으로 무력을 동원해 우리 국토를 점령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마치 독일이 프랑스를 일시 점령한 것이나 같다는 말이다. 따라서 독립운동의 본질은 일본을 우리나라에서 축출하는 활동으로 본 것이다.

선인들의 이런 역사인식은 일관됐다. 1917년 상해에 모인 민족대표들이 발표한 대동단결선언을 보면 "우리들이 나라의 상속자이므로 제국이 소멸되는 날 민권이 발생한 날이다"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서 선인들은 일제가 일시적으로 우리나라를 강점하고 있으나 주권이 일제로 넘어간 것이 아니라 왕정으로부터 국민에게 계승됐다는 주장이었다.
제헌의회 초대 국회의장인 이승만의 개회사에서도 이런 역사인식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이승만은 "건립되는 정부는…임시정부의 계승에서 이날이 29년만에 부활일(復活日)"이라 면서 "민국년호(民國年號)는 기미년에서 기산(起算)하라"고 말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임시정부에서 영속됐음을 강조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가 발행하는 관보 제1호에서 발행일을 "대한민국 30년 9월 1일"이라고 명시했다.

이승만 정부에서도 내각전체가 일치된 역사인식을 가졌다. 예컨대 당시 이인 법무장관은 국적법을 심의하는 도중 "8월15일 이전에 국가가 없었느냐 하면 국가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가 있더라도 정부가 없는 법이 있습니다"라면서 일제 침략으로 정부만 없었다는 법률적 해석을 제기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근래의 풍조는 역사를 선인들처럼 영속적으로 보지 않고 계속 단절시키면서 보고 있다. 조선왕조는 무능해서 멸망했고, 36년간 일제통치가 있었으며, 1953년 미 군정이 시작됐다가 1963년 박정희 정권이 경제개발을 했다는 식이다. 이같은 단절된 역사인식 때문인지 연세대 김모 교수는 '1948년 건국절'을 주장하면서 "일제하 우리 국민들은 호적상 일본의 주장대로 '천황폐하의 신민'이었다. 즉 국민의 국적이 일본에 있었다"고 노골적으로 자기비하를 드러냈다.

우리의 가치를 애써 깎아내리면서 역사를 논하는 것이 마치 글로벌 시각인 것처럼 잘 못 이해를 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 아마 이 때문인지 우리가 받들어야 할 제헌절이 2008년 달력에서 빨간줄 표시가 사라졌다. 우리 헌법은 별가치가 없다는 뜻인가. 역사는 그때마다 단절된 것이 아니라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이어지는 것이다. 비록 역사적으로 여러차례 침탈을 당했지만 우리의 자주독립성은 영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이종찬 前 국가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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