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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황제 왕따의 길, 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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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명지대 연구교수

이종훈 명지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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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자유한국당이 하면 왕따도 남다르다. '황제 왕따'라는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는 중이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난 19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여야대표 회동을 거부했다. 그리고 이런 말을 남겼다. "뱁새가 아무리 재잘거려도 황새는 제 갈 길을 간다. 저들이 본부 중대 1ㆍ2ㆍ3중대를 데리고 국민을 상대로 아무리 정치쇼를 벌여도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간다."

이처럼 왕따를 스스로 자초한 홍 대표는 회동 당일 충북 청주의 수해현장으로 봉사활동을 떠났다. 그 봉사활동이 또 논란이다. 누군가 장화를 신겨주는 모습이 포착된 까닭이다. 5선 국회의원 출신의 박찬종 변호사는 이 모습에 대해 "'홍준표스럽다'는 말이 탄생하는 순간"이라며 "마치 임금이 신하들의 도움을 받아 장화를 신듯한 그런 모습을 보였다"고 꼬집었다. 황제장화, 황제봉사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왕따를 자초하는 모습은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도 못지않다.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그리고 바른정당이 추가경정(추경)예산안에 합의할 때도 논의에서 빠졌다. 지난 14일 의원총회에선 추경안 심의에 들어가기로 결정한 뒤에도 대안만 던져두고 협상에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한국당을 제외한 상태에서 합의가 이뤄지고 본회의 표결까지 강행하려고 하자 어쩔 수 없이 표결에 참여했다. 무조건 반대하다 국민의당에 이어 바른정당까지 표결에 참여하면 끌려가듯 표결에 참여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행보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반복된 것을 모두 기억할 것이다.

이는 원내 의석 107석, 여당인 민주당과 의석수 차이 불과 13석인 제1야당의 현주소다. 바른정당에 국민의당까지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면, 오히려 청와대와 여당을 왕따시킬 수 있는 위치인데, 자꾸 따로 놀려고 한다. 돈이 많아도 풀 줄을 몰라 친구가 생기지 않는 외로운 부잣집 도련님 같다.
류석춘 한국당 혁신위원장도 만만치 않다. 임명 당시부터 극우 논란에 휩싸였던 그는 거침이 없다. 지난 2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이렇게 언급했다. "우리나라 우파는 여당일 때나 야당일 때나 늘 좌클릭 방식으로 혁신을 하려 했다." "영국의 대처, 미국의 레이건 등 신보수주의가 성공한 것은 오히려 더 철저한 우파를 하자며 혁신한 결과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분들의 잘잘못을 따지겠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도 좌향좌를 해서 집권에 성공했다. 김종인 전 대표를 영입해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내건 덕분이었다. 캐머론 전 영국 총리도 '진보적 보수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보수당을 부활시켰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비판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이 택한 좌향좌를 부인하는 그는 보수 내에서도 왕따를 자초하는 형국이다. 류 위원장에 대해서는 최근 당내에서조차 우려와 함께 반발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홍준표-정우택-류석춘의 황제 왕따 자초 3인방은 한국당을 살릴 수 있을까. 또는 보수 발 정계재편을 주도할 수 있을까. 자력으로는 불가능해 보인다. 이보다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실수에 따른 반사 이익을 기대하는 편이 오히려 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따지고 보면 문 대통령이나 민주당도 박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반사 이익에 힘입어 집권을 성공한 것으로 봐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문재인 학습효과'가 이들 3인방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소 뒷걸음치다 쥐 잡는 것을 기대하는 격이다. 당세가 약하긴 하지만 바른정당이라는 또 다른 보수정당이 존재한다. 착실하게 포인트를 쌓아가는 바른정당을 보면 위기의식을 느낄 만도 한데, 현재의 의석수만 너무 믿고 자만에 빠진 것처럼 보이는 것도 문제다. 그래서 황제 왕따도 무방하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이러다 국민 왕따가 되는 수가 있다. 최근 지지율을 보면 이미 그런 단계로 접어든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아는지 모르는지 황제 왕따를 주도하는 3인방, 뭔가 자성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대화도 필요해 보인다.

이종훈 명지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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