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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중국인 밥상에 노르웨이산 연어가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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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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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산 연어는 한 때 중국인 밥상의 단골 메뉴였다. 중국시장 점유율이 90%를 넘어설 정도로 압도적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노르웨이산 연어는 하루아침에 중국인 식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중국이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통제하면서다. 2010년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한 중국인을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한 것이 화근이었다. 주인공은 인권 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다.

그는 옥중에서 평화상 수상 소식을 들었다. 류샤오보는 2008년 공산당 일당 체제 종식을 요구한 '08 헌장' 서명 운동을 주도하다가 이듬해 '국가 전복' 혐의로 11년 형을 선고받고 랴오닝(遼寧)성 진저우(錦州) 교도소에 갇혀 있었다. 투옥 중인 반(反)체제 인사에게 평화상을 준 노르웨이에게 중국은 정치·외교적 앙심을 품고 치졸한 경제 보복을 서슴지 않았다. 노르웨이에서는 중국과의 외교 갈등으로 입은 수출 피해 규모가 1조원이 훌쩍 넘은 것으로 추산한다.
최근 류샤오보가 간암 말기의 위중한 상태로 8년 6개월 만에 풀려나자 안팎에서 비난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류샤오보는 중국이 가장 예민하게 여기는 '인권 탄압' 논란에 또 다시 불을 붙였다. 국가 기밀 누설죄로 징역을 살다 치료를 위해 가석방됐던 또 다른 반체제 인사 가오위(高瑜)는 "류샤오보는 감옥에 가기 전만 해도 누구보다 건강하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었는데 불과 몇 년 후 불치병과 싸울지 누가 상상이나 했겠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국제사회에서는 류샤오보가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외 이주와 함께 완전 석방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혼수상태에 빠지고 나서야 본국으로 송환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례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중국을 인신매매 최악의 국가로 지정했다는 소식은 불씨에 휘발유를 끼얹은 격이다. 홍콩을 시작으로 모처럼 나선 해외 나들이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과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체면도 말이 아니게 됐다. 늘 그렇듯 관영 언론이 뒷수습에 나섰지만 논란을 잠재우기는 여의치 않아 보인다. 환구시보는 즉각 논평을 내고 "이번 발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도움으로 북한 핵 개발을 억지하려는 상황에서 워싱턴과 베이징의 긴장 관계를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맞받아쳤다.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인권 문제를 공격한 것은 자국 내 정치적 필요에 따른 보여주기에 불과하다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류샤오보를 '오랫동안 스스로를 중국사회로부터 분리한 아웃사이더'로 규정하면서 "민주화 운동가와 반체제 인사들은 베팅을 잘못해 삶을 망쳤고 결국 비극에 직면할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러나 중국에서의 '인권'은 체제 유지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인권 탄압 논란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내적으로는 티베트 독립 움직임과 소수 민족의 분열 가능성, 외적으로는 대만 독립과 홍콩 민주화 요구 등 중국에는 인권 문제를 야기할 여러 요인이 잠재한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시 주석 집권기 들어 중국의 인권 상황이 20년래 최악이라는 혹평이 나올 정도로 보이지 않는 탄압의 강도가 더 세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언론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통제는 너무도 일상화해 불편함을 못 느낄 지경에 이르렀다.

중국은 해외로부터 인권 탄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리거나 실상이 드러날 때마다 "내정 간섭 말라"며 히스테리적 반응을 되풀이하고 있다. 문화대혁명과 톈안먼 사태와 같은 흑역사가 뼈아픈 기억으로 깊이 자리하고 있어서일 게다. 대국(大國)을 자처하는 중국이라면 트라우마쯤은 스스로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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