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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자식연금-증여세, 제도적장치 마련해야

최종수정 2017.06.01 11:09 기사입력 2017.06.01 11:09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아시아경제]어느 나이든 부모가 생전에 자녀에게 유일한 주택을 물려주고 정기적으로 생활비를 받았다. 세무서에서는 자녀의 생활비 지급은 민법상 부양의무의 이행이고 부모는 자녀에게 주택을 증여한 것이라며 증여세를 과세했다. 법원은 주택의 이전과 정기적인 생활비의 수취는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연금방식으로 생활자금을 지급받는 '주택연금'과 비슷하다며 과세를 취소했다. 주택연금과 같이 자녀로부터 생활비를 받는 조건으로 주택을 양도하는 '자식연금'으로 증여가 아니라는 것이다.

70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시작했고 2020년께에는 그 선두 세대가 65세 이상의 노인인구에 진입하게 된다. 현재 노인인구는 14%다. 노인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도 멀지 않았다.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8.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12.4%)의 4배에 이른다. 노인가구의 소득 중 공적연금 비중이 OECD 국가의 평균(58.6%)에 한참 못 미치는 16.3%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우리 정부도 노후 세대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 1988년부터 국민연금제도를 시행해 왔고 연금에 가입한 납세자에게 각종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 연금기금 불입시에 소득공제나 세액공제(Exempt)가 되고 운용단계에서의 수익은 비과세(Exempt)되며 연급 수급시에는 과세(Tax)하는 EET형을 채택하고 있다. 2013년까지는 연간 연금보험료 400만원 한도로 소득공제를 받았고, 2014년부터는 연간 400만원까지 납입액의 12% 또는 15%의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연금수급 단계에서는 연금소득으로 과세되지만 연 1200만원 이하의 사적 연금소득은 분리과세가 가능하고 연간 900만원까지는 연금소득공제가 허용된다. 납세자는 EET형의 연금세제를 통해 생애 특정기간에 집중적으로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근로소득 등을 은퇴 후 소득이 적은 노년기간에 연금소득으로 분산ㆍ수취해 전체적인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제상의 혜택에도 불구하고 노인인구 중 공적 연금의 수급자는 40% 정도에 불과하다. 노인 10명 중 6명은 여전히 연금제도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노년의 부모가 증여세 부담 없이 보유 주택을 자녀에게 물려 주면서 자식연금을 수취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단초를 열어 준 법원 판결은 신선하다. 연금 수급의 자격을 갖추기 어려운 고령의 부모가 노후 보장의 방편으로 자녀들에게 주택을 물려주고 생활비를 받을 수 있다면 노후 빈곤 문제의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자녀들 입장에서도 금융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주택을 사전에 부모로부터 할부 형태로 양수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자식연금이 증여세 부담 없이 부모와 자식 사이에 주택을 물려주기 위한 편법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고 자녀의 부양의무를 주택 제공과 맞바꾼다는 점에서 부모와 자식 관계가 상업적으로 변질된다는 지적도 가능하겠지만 이에 대한 시장의 실제 수요가 존재하므로 연금제도의 부족한 부분을 어느 정도는 메울 수 있을 것이다. 자식연금과 유사한 주택연금의 가입자가 최근 1년 사이 1만명이나 급증한 것을 보더라도 그러하다. 다만, 자식연금의 활성화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자식연금에 대한 적법한 절차와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생활비를 연금소득으로 보아 세제상의 혜택을 부여하는 등의 조치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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