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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삶터] 차의 비움과 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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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차를,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마시기 시작했을까? 그 기원에 대한 것은 문헌과 (차나무) 유적 등으로 추적이 가능하다. 그 이유에 대한 것은 '신농본초(神農本草)'를 비롯한 여러 의약서의 기록과 차나무의 고향인 윈난(雲南) 소수민족의 구전에 근거한다. 이들에게 있는 공통분모는 ‘건강’이다. 이것저것 섞어 먹으면서 생긴 몸속의 독을 풀기 위해 선택했다는 것이 '신농본초'에서 말하는 ‘차’였고, 사람이 원래 지녔던 복원력을 회복하려고 했던 것이 윈난 소수민족이 말하는 차였다.

윈난 시쐉반나 일대의 하니족은 보이차를 만들기 시작한 소수민족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하니족을 포함해 윈난 소수민족 언어를 연구하는 이가 풀어놓은 ‘보이차(普?茶)’의 유래는 재미있다. 푸얼차라 발음하는 보이차는 당나라 시기 발음으로 ‘푸레’였고, 하니족에게 ‘푸’는 떡을, ‘레’는 차를 가리켰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보이차’는 ‘떡차차’가 된다. 다만 ‘레’는 비움의 뜻을 지닌 차를 가리켰다.
조금은 비약이 되겠지만, ‘차’는 ‘채우다’는 작용을, ‘레’는 ‘비우다’는 작용을 뜻했다. 차레(례)는 채우고 비우는 일이다. 이 둘의 작용은 우리 몸의 건강(健康)을 상징하는 철학이기도 하다. 건강의 적정함은 늘 채워줄 것을 채워주고, 비워줄 것을 비워주는, 두 작용의 균형과 조화에 의해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 비움과 채움의 구체적인 모습은 입출과 변환 작용을 통해 실현된다. 몸속으로 (들어올 것이) 들어오고, 들어온 것은 소화 변환되며, 그런 후에 몸에 남을 건 남고 (나갈 것은) 나가는 흐름이다. 이 흐름에서 차는 어떤 사물보다 보편적이면서 과학적(?)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소화제였으니 들어온 물건을 잘 풀어주었을 것이고, 해독제였으니 불순한 것이 몸속에 남지 않게 했을 것이다.

차에 담긴 과학이라는 원리는 ‘차학(茶學)’과 관련해 여러 이론과 방법론을 발전시켰다. 차나무에서 딴 찻잎만이 차가 됐던 이유가 있었고, 찻잎이 일정한 제차 과정을 거쳐 다양한 차가 되는 공정이 있었으며, 이 공정의 결과 차는 일정한 성질로 분류되었고, 그 결과 차가 지닌 제 성질에 따라 여러 가지 음차방법론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차에게 성질이 있고, 그 성질에 맞추어서 마셔야 한다는 것은 새길 필요가 있다. 홍차가 오후차로 쓰이고, 몸에 약간의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서 녹차를 마시고, 위장의 긴장을 풀고 혈액순환을 돕기 위해 우롱차를 마시거나, 배를 따뜻하게 하기 위해 보이차를 마신다는 일반적인 이야기의 뒤에는 나름의 과학적인 근거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차를 마시는 일이 어려운 건 아니다. 어렵다기보다는 사람 사는 세상의 주소가 복잡해졌다고 할까! 지금이야 의식주 전반이 개성화되고 다양해졌지만, 전통사회에서 그것은 나름 안정적(?)이었다. 지역마다 기후와 식생 및 음식 등에서 특징이 있었다. 해당 지역 사람들이 마실 차는 대개 일정했다. 특히 음식과 차는 밀접했다. 기름지고 맵고 짜고, 혹은 달거나 담백하거나 하는 음식 스타일에 맞추어 지역 차가 있었다.

지금의 음식 패턴은 복잡하기 그지없다. 내 몸에 낯설고 검증된 데이터가 아니니 소화와 변환에 많은 애를 쓰게 된다. 생체 리듬은 자연적인 시간을 상습적으로 위배한다. 잘 때와 일할 때, 밥 먹을 때와 휴식할 때 등등에서도 철을 잃고 산다. 여기에다 차가 아닌 주류와 각성제에 해당하는 음료를 위안으로 삼고 마신다.

현대사회 현대인은 2000여년 전에 차를 찾았던 신농씨와 처지가 비슷하다. 약이 아닌 차를 가지고 일상에서 소화와 해독을 하는 것! 차를 가지고 비울 것은 비우고 채울 것은 채워보는 것! 차를 마시는 일은 그래서 사람다운 삶을 다시 하는 길 가운데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서해진 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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