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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세상 모든 일이 '먹고 사는 일'로 귀결되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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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 12년간 83개의 꿈 중 70개에 도전해 왔습니다. 그럼 사람들은 제가 엄청나게 다재다능하다고 생각하거나 ‘하루에 몇시간 주무세요?’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하지만 저는 하루에 7시간 넘게 자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일 뿐입니다. 머리가 대단히 좋지도 않고 어린시절 집이 가난해 예체능 학원에 다녀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보다는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면 주저 없이 실천에 옮겼던 것이 핵심비결이지요.

많은 사람들은 뭔가를 하고 싶어도 ‘이거 해서 먹고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부터 합니다. 이미 그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내 재능이나 경험이 너무나 일천해 보여 감히 도전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거 아무나 성공하기 힘들다더라’ ‘그걸 아무나 하는 줄 아느냐’는 주변 ‘꿈 파괴자’들의 핀잔을 듣고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이지요.
그런데 말이죠, 세상 모든 일이 ‘먹고 사는 일’로 귀결되어야 할까요? 한 분야에서 ‘성공하는 것’만이 꿈이라 할 수 있을까요? 저는 노래를 세 곡 만들었고 두 장의 앨범을 취입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릅니다. 왜냐면 제 꿈은 ‘노래를 만드는 것’이었지 ‘음원차트에서 1위를 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발리우드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꿈이었고 3개월 만에 그 꿈을 이뤘지만 만약 ‘발리우드에서 탑스타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면 10년이 걸려도 쉽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지 못해 지금까지 불행해하면서 살았을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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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혹자는 남들이 알아주지도 않고 1인자가 된 것도 아닌데 무슨 꿈을 이뤘다고 할 수 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에겐 이런 수많은 도전들이 제 삶을 다채롭고 충만하게 만듭니다. 그걸로 먹고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없기 때문에, 정말 하고 싶어서 하기 때문에, 목숨 걸지 않고 내면에서 솟구치는 열정에 더욱 충실할 수 있어요. 또 매사에 넘버원이 될 정도로 탁월하려면 평생에 걸쳐 꿈을 몇 개나 이룰 수 있을까요? 꿈마다 이루고자 하는 경지가 달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동안 많은 꿈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죠.

물론 어떤 한가지 일에 깊게 파고 들어 장인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 꿈인 사람도 있겠지요. 그렇다면 그것에 평생 매달리는게 맞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적성과 상관없이 막연히 ‘안정적’이라는 직업을 갖기 위해 몇년간 시험 준비를 하는 수험생을 생각해 볼까요? 그 수험생은 그 시험에 붙을 때까지 자신의 모든 욕망을 절제하고 삶의 모든 즐거움을 포기하며 살아야겠지요. 그런데 만약 그 시험에 떨어진다면? 반대로 그 시험을 붙어서 그 일을 시작했는데 막상 내가 생각했던 일이 아니라면? 이렇게 뭔가에 목숨 걸고 살수록 리스크가 커집니다. 포기하고 싶어도 투자한 게 많아 잘못된 길을 되돌리기도 힘들어지구요.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다르다구요? 이경규씨가 그랬지요. ‘내 꿈은 영화감독이고 내 직업은 개그맨이다.’ 잘하는 걸로 돈을 모아서 좋아하는 데에 돈 좀 써도 괜찮은 겁니다. 좀 망하면 어때요? 하고 싶은 일 원 없이 했으니 적어도 ‘그걸 했어야 하는데’ 하면서 남은 평생 미련 속에 살지는 않을 테니까요.

어쩌면 우리는 매사에 완벽하려 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례로 외국어 학습이 그렇지요. 많은 사람들이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네이티브처럼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집니다. 그런 강박을 가질수록 외국인과 대화를 나눌 때 힘이 들어가고 자꾸 의식하게 됩니다. ‘현재진행형으로 말해야 하는데 과거형으로 얘기하다니, 이 바보’ 하면서 스스로를 자책하다 보면 대화는 더 꼬이지요. 열심히 하면 ‘외국어를 잘하는 외국인’이 될 수 있지만 네이티브 스피커라는 애초에 불가능한 목표를 가지고 있으면 스스로 괴롭기만 하지요.

말도 그냥 막 하다 보면 늘듯이 꿈도 막 도전하다보면 경험과 실력이 늘어갑니다. 처음엔 가볍게 취미로 하다가도 몇 년을 하다 보면 그것이 정말 먹고 살 만한 경지에 이르게 되기도 하지요. 꼭 그렇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내 삶을 더욱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요. 그러니 ‘먹고 사는 일’은 잘하는 일로,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은 좋아하는 일로 동시에 도전해 보세요. 그렇게 살아도 충분히 괜찮은 인생입니다.

김수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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