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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곡의 인문의 창] 협동의 큰 길을 내자!

최종수정 2017.01.26 09:43 기사입력 2017.01.26 09:25

이남곡 인문운동가
얼마 전 전북 완주의 발효식초 생산협동조합 설립을 준비하는 분들과 만났다. 20여명이 넘는 인원이 생산과 판매 협동조합을 준비하고 있고, 완주군이 적극적이라고 들었다. 자치단체의 지원은 필요하고 좋은 것이지만, 양날의 칼 같은 것이다. 주체적인 준비가 잘 갖추어진 상태에서는 대단히 큰 도움으로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부정적인 작용을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근래 몇 년 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주도로 협동조합 붐이 일었지만, 지금은 그 거품이 빠지는 시기다.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본다.

나는 앞으로 협동조합 특히 다양한 생산 협동조합들이 건강하게 뿌리내려 나라 경제에 중요한 비중으로 자리잡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 과정에서 성숙한 시민주체가 형성되는 것은 협동조합의 성공을 넘어 우리 사회를 인간화·선진화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이날 이야기한 주제는 크게 다음의 세 가지였다. 1) 어떻게 사이좋게 소통하고 의사결정을 할 것인가? 2) 자본주의 시장 안에서 다른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협동조합의 생산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3) 물질적 생산력과 정신적 가치의 조화에 대하여 어떤 연습을 할 것인가?
협동조합을 운영하시거나 준비하시는 분들께, 또한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분들께 다소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이날 이야기한 내용을 요약해 본다.

1) 전체 분위기를 위해서나 상대방을 배려해서 자기주장을 참고 양보하는 연습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언젠가는 폭발하거나 스트레스 때문에 협동조합을 떠나게 된다. 자발성이 심하게 훼손된다. 사람은 사실을 그대로 알 수 있는 존재가 아니고, 자신의 감각과 판단에 의존하는 존재라는 ‘무지(無知)의 자각’을 바탕으로 당당하게 자기주장을 하되, ‘내 생각이 틀림없다’는 그 전제를 풀어놓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부자유가 없어야 한다. 점차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라는 방향으로 회의나 토론 문화가 바뀌게 된다. 이 연습을 일주일에 적어도 두 시간 이상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생산성과 직접 관계없다는 이유로 뒤로 미뤄서는 안 된다. 협동조합의 성공에 결정적 요소다. 너무 어려운 연습보다는 요즘 많이 개발되고 있는 쉽고 재미있는 방법들을 잘 활용하면 된다. 조합의 규모에 맞게, 가장 어울리는 사람을 이 분야의 진행을 위한 전문담당자로 육성하는 것이 좋다.

2) 협동조합의 생산성은 사이좋음과 집중에서 나온다. 첫째 서(恕)를 연습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방식이나 사고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이다. 꼭 상대방에 동의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래야 자기 일에 집중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충(忠)이다. 자본주의 기업 일반의 생산성이 경쟁에서 나온다면, 협동조합은 이 ‘충’에서 나온다. 자발성, 집중, 그리고 기쁨이 이 ‘충’의 내용이다. 혹 어떤 사람이 자기 일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힘들어 하면 그 사람에게 맞는 일이 무엇인가를 살펴서 가장 좋아하고 맞는 일에 붙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협동조합의 사이좋음이며 생산성의 토대다. 이 사이좋음(恕)과 집중(忠)이 각자 도생의 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자본주의 일반기업과 다른 것이다. 그 과정 자체가 행복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나는 이런 점에서 중견 기업들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여 성공하는 사례들을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다.

3) 협동조합은 현재 물질적 부(富)를 1차적 목표로 해서 설립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당연하며, 당당한 목표다. 그러나 이 목표만 가지고는 협동조합은 성공할 수 없다. 이 점은 거의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다. 협동조합의 정신적 가치를 함께 성숙시키는 노력이 반드시 조화되어야 한다.앞의 1,2도 그 과정이다. 여기에 조금 더 나가본다. 먼저 빈이락(貧而樂)을 연습한다. 너무 물질적 결핍을 벗어나는 데 초조하지 말라는 말이다. 가난을 즐기라는 말이 결코 아니다. 가난하되 정신적 긍지를 즐기고, 예술적 문화적 공감대를 넓혀 좀 힘들더라도 즐겁고 낙천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 다음 어느 정도 생산성이 높아지고 부(富)가 축적되면 부이호례(富而好禮)를 연습해야 한다. 여기서 ‘호례’라는 것은 ‘나누고 풀어놓는 것(禮)’을 ‘좋아하는 것(好)’을 말한다. 생산성이 낮아서 망하기도 하지만, 잘 되고도 서로의 욕심 때문에 망하기도 한다. 협동 생산이 나라 전체 GDP의 10%만 담당하게 되어도, 아마도 기업 생태계의 건강성을 선도하게 될 것이다. 협동조합은 지난번 칼럼에서 이야기한 21세기 한국 르네상스의 실천장이기도 하다.
이남곡 인문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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