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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51대 49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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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51대 49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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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3 3번홀, 160야드(146미터). 당신은 위풍당당하게 티박스에 올라선다. 오늘따라 그린이 환하다. 좀전까지 살랑이던 바람도 숨을 죽였다. 예감이 좋다. 심호흡을 한 뒤 어깨에서 힘을 뺀다. 그리곤 샷을 날리는데…. 이 샷이 홀인원이 될 확률은? 놀라지 마라. 50%다. 홀인원이 되거나(50%) 말거나(50%).

골프계에 떠도는 농담이다. 진담으로 돌아가면, 홀인원 확률은 대단히 낮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아마추어 골퍼는 1만2000분의 1, 프로 골퍼는 3500분의 1이다. 원한다고 되는 게 아니요 바란다고 얻는 게 아닌 게 홀인원이다. '행운의 여신'이 키스라도 해줘야 가능한 기적. '홀인원을 하면 3년간 재수가 좋다'는 속설은 그런 희박함을 입증한다. 그러니 저 '50%'는 불가능에 대한 체념적 위트인 것이다.
기상천외한 일도 있다. 2011년 12월19일 유에스뉴스앤월드리포트에 실린 기사다. '김정일은 1994년 난생 처음으로 골프를 쳤다. 총길이 7700야드인 평양 골프장이었는데 그의 성적은 상상을 초월했다. 모든 홀에서 버디 이상의 성적을 냈고, 홀인원도 11차례나 기록했다. 함께 있던 경호원 17명이 이 성적을 확인했다.' 이것이 사실일 확률은? 물론 0%다(경호원들의 손발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면 100%였을 수도 있겠다).

1년 동안 지구에서 벼락을 맞아 죽을 확률은 30만분의 1이다. 지구 인구가 70억명쯤 되므로 해마다 2만4000명 정도는 '벼락 맞아 죽을 일'을 피하지 못한다. 로또 당첨 확률은 이론적으론 800만분의 1이다. 하지만 매주 평균 500만명이 구매하고 5명 정도가 당첨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제 확률은 100만분의 1로 낮아진다.

데일 카네기가 '삶 전체가 기회'라고 한 것처럼, 우리 인생은 수많은 확률로 점철된 흥미진진한 드라마다. 내가 산 주식이 오를 확률은? 이번 주에 비가 올 확률은? 새로 소개받은 여자(남자) 친구가 폭탄이 아닐 확률은? 연말 정산에서 세금을 돌려받을 확률은?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이 선거에서 이길 확률은? 오늘은 회사에서 깨지지 않을 확률은? 마누라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1주일을 무사히 넘길 확률은?
인간이 확률에 집착하는 것은 본능이다. <신은 주사위놀이를 하지 않는다>의 저자 데이비드 핸드는 '확실성을 바라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라고 했다. 무언가가 그저 우연히 일어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은 우리를 본능적으로 불편하게 만든다. 확률이 높으면 누구나 마음의 안도를 찾지만 확률이 낮으면 마음의 번뇌로 이어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에 100%의 무언가는 드물다. 평생 직장? 영원한 사랑? 완벽한 팀워크? 꿈 깨시라!

그러고 보면 인생 최고의 확률은 51대 49이다. 50대 50의 팽팽한 균형을 깨는 숫자 1은 겨우 1일뿐이지만 극적인 결과를 낳는다. 꿈을 달성하느냐 마느냐, 희망 가까이 다가가느냐 마느냐, 사회가 발전하느냐 퇴행하느냐. 이 모든 것이 '가능과 불가능'의 엄청난 차이보다는 숫자 1이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로 결정된다. 결국 그것은 진심 어린 배려에서, 뜨거운 자기성찰에서, 강철 같은 의지에서 비롯된다. 51대 49, 운명은 그렇게 갈린다.

* 탄핵 정국에서 조기 대선 얘기가 무르익지만 지금의 지지율은 허상이다. 선거에서 이기냐 지냐는 결국 51대 49의 싸움이다. 다 이긴 게임이라고 방심했다가는 쪽박 차고 만다.

이정일 산업부장 jaylee@asiae.co.kr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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