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권위를 가진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의 편집장을 지낸 라이오넬 바버의 2016년에 대한 진단이었다. 바버는 올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진 여러 정치 현상들이 일시에 불거져 나온 것을 심상치 않은 시각으로 진단했다.
브렉시트가 본격화하고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는 내년은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성이 현실에서 몸집을 키울 것이 분명하다. 정세의 불확실성은 경제의 발목도 잡을 수 있다. 자유무역 확대, 중국의 경제 개발, 유럽통합과 유로화 출범 등 지난 수십 년간 이뤄져온 세계 정치·경제 질서가 일순간 무너질 위기이다.
과거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상상한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유전자 조작이 가능해진 2016년, 오히려 민주주의와 정치 시스템은 퇴보하고 만 것이다. 꿈일 것 같은 새로운 미래가 열리고 있지만 오히려 지금 세계는 테러의 위협으로 가득하고 각국 정부는 통제력을 잃어 가고 있다.
전 세계가 탈진실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에 비하면 차라리 지금 한국의 상황은 잘 된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지난 몇 년 사이 묻혀 있던 진실에 접근하고 있고 그 결과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됐다. 세계 각국 언론은 조롱 섞인 눈으로 한국의 상황을 보고 있지만 200만 촛불이 길을 낸 대한민국의 2017년은 오히려 '탈혼란(post chaos)의 계기가 될 것임을 믿는다.
백종민 국제부장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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