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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칼럼] '아메리칸웨이' 무시한 USKI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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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외교안보담당 선임기자] 헤리티지 재단, 브루킹스 연구소, 카네기 국제 평화재단, 전략국제문제 연구소, 랜드 연구소. 이름만으로도 신뢰성을 인정 받는 싱크탱크(think tank)다.

이들 싱크탱크들은 나름의 운영 방향이 있기 마련이다. 헤리티지 재단은 보수 쪽에 쏠린다. 레이건 독트린의 설계자임과 지원자였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미국 진보진영과 민주당의 아이콘이다. 이들 싱크탱크들은 어떻게 설립됐고 운영자금은 어디서 나올까. 대부분 기부금이다. 헤리티지 재단은 쿠어스 맥주의 창업자 조지프 쿠어스 1973년 쿠어스 맥주 창업자 조지프 쿠어스가 기탁한 50만달러를 종자돈으로 삼아 설립됐지만 지금 이 재단을 뒷받침 하는 것은 매달 수십달러를 내는 풀뿌리 기부자들이다.
전세계 싱크탱크 중 영향력 평가에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는 브루킹스연구소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사업가인 로버트 브루킹스가 설립한 사회과학전문 연구소지만 각계의 기부금이 몰린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싱크탱크 카네기 국제평화 재단도 철강왕 카네기가 1000만달러를 기부해 설립됐다.

싱크탱크란 만들기도 어렵지만 유지도 쉽지 않다. 운영 자금도 필요하고 관련 인력 구성도 중요하다. 연구 방향과 성과도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국내에 변변한 싱크탱크가 없다는 점은 이런 사실을 잘 반영한다. 한국개발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정부 산하라는 점에서 국민적 신뢰와는 거리가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재벌 계열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자금을 기반으로 미국에서 운영되던 한미경제연구소(USKI)는 이례적인 성공 사례였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 기자였던 돈 오베르도퍼가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 산하 USKI를 설립한 건 2006년 노무현 정부시절이다. 정부도 지원에 나서 12년간 1900만달러의 예산이 대외경제연구원을 통해 USKI에 투입됐다.
연구소와 산하 매체인 38노스에는 친한파 인사들과 출중한 기고가가 몰렸다. 그 결과 북한 핵 시설 감시도 가능했다. 적어도 북핵 사태에 대한 민간연구는 이 연구소와 38노스가 최고였다. 전세계 언론은 38노스를 주목했다.

그런데 한국정부의 지원 중단 결정으로 USKI는 문을 닫게 됐다. 38노스는 한국이 아닌 미국의 기부금으로 독립키로 했다. 어디서 문제가 된 걸까. 워싱턴 포스트는 2014년 USKI가 단 두 장짜리 운영 보고서를 국회에 보낸 것이 발단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이 보고서는 수십달러부터 수백만 달러의 자금을 기부한 모든 이들에게 동일하게 보내졌다. 이 부실한 보고서가 의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 일까.

싱크탱크들도 엉뚱한 길로 샐 수 있다. 헤리티지 재단은 지난해 짐 드민트 전 회장과의 관계를 정리했다. 드민트는 2013년 회장 취임 후 연구 성과 보다는 정치적 영향력에 관심을 쏟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노골적 지원은 헤리티지의 전통과도 맞지 않았다.

재단 내외부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급기야 설립자가 드민트 전 회장이 보수 세력의 지적인 발전에 이바지하는 재단 본래 역할을 무색하게 만들었다고 우려기에 이르렀다. 결국 재단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드민트의 해임을 결정했다. 스스로 자정능력을 발휘한 셈이다.

만약 우리 정부나 국회가 USKI에 손을 봐야 했다면 이런 식으로 스스로 움직이게 했어야 했다. 이게 미국의 방식이자 제대로 된 절차다.








백종민 외교안보담당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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