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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코르셋 운동’ 번지자 여장남자 ‘드랙퀸’도 혐오대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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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랙퀸 Miz Cracker [사진=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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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여성의 주체성, 자유를 찾겠다는 의미를 담은 ‘탈(脫)코르셋’ 운동이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가운데 ‘드랙퀸(Drag Queen)’문화가 도마 위에 올랐다.
드랙퀸은 여장을 의미하는 ‘드래그(Drag)’와 남성 동성애자가 자신을 스스로 칭할 때 쓰는 ‘퀸(Queen)’이란 표현이 합쳐진 합성어다. 옷차림이나 화장, 행동 등을 통해 여성성을 연기하는 이른바 ‘여장남자’를 의미하는데, 1969년 미국 동성애자들이 선입견과 편견으로부터 자신들의 권리를 찾겠다는 의미를 담아 시작한 문화이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성(姓)을 가진 이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하나의 큰 문화로 자리 잡았다.

드랙퀸 문화를 살펴보면 여성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짙은 화장과 화려한 가발, 허리와 가슴을 강조한 코르셋을 입고, 높은 하이힐을 신는 등 외형적인 특징은 물론 몸짓과 말투까지도 여성을 따라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여성성을 강조하는 탓에 여초 커뮤니티 사이에서는 불편한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먼저 남성이 여장을 하는 방식이 과한 화장, 나긋나긋한 몸짓 등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점을 문제 삼았다. 화장이나 긴 머리, 허리를 조이는 코르셋은 여성에게 부여된 미의 기준이며, 사회가 요구하는 ‘예쁘고 참한 여성상’을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로 탈코르셋 운동을 벌이는 페미니스트들에 모욕감을 준다는 이유다. 즉, 여성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일명 ‘꾸밈노동’을 한 여성을 따라한 남성이기에 문제가 된다는 것.
미국 LogoTV '루폴의 드랙 레이스(RuPaul's Drag Race)' 방송 화면

미국 LogoTV '루폴의 드랙 레이스(RuPaul's Drag Race)' 방송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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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미국 드랙퀸의 거장 ‘루폴’이 진행하는 드랙퀸 TV프로그램 ‘루폴의 드렉 레이스’를 보면 과거 억압된 여성을 조롱하는 표현들도 서슴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됐다. 해당 프로에 출연한 한 드랙퀸은 코르셋을 입고 산소통과 함께 등장했다. 허리를 졸라 맨 코르셋 때문에 숨을 쉴 수 없지만, 산소통을 연결해서라도 얇은 허리는 포기할 수 없다는 콘셉트였다.

그런데 코르셋은 16세기 초 유럽 여성들에게 적용됐던 미의 기준, ‘얇은 허리’를 만들기 위해 갈비뼈가 부러지고 장기가 변형되는 것을 감내하면서도 착용해야 했던 역사가 있다. 당시 여성들에게 ‘아름다움’이란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들에게 강요된 ‘보이지 않는 사회적 억압’의 상징과 같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19세기 백인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블랙페이스(Black Face)’ 문화와 다름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블랙페이스는 백인들이 생각하는 흑인들의 특징을 따라해 TV 쇼에서 흑인처럼 연기하는 것인데, 당시에는 ‘예술적이다’는 찬사를 받았던 문화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이 문화는 과거 흑인에 대해 극심했던 인종차별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로 소개되기도 한다.

한 네티즌은 “트렌스젠더 등 제3의 성을 가진 사람들이 항변의 의미로 여성에게 폭력을 가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며 “이런 문화가 지지를 받으면서 여성들은 또 한 번 피해자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드랙퀸 문화를 옹호하는 입장도 존재한다. 드랙퀸 문화는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입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드랙퀸으로 이름을 알린 대다수 게이 남성들은 생물학적 성을 부정했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거나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픈 과거를 갖고 있다. 때문에 화장과 퍼포먼스가 단순한 ‘꾸밈’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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