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휴머니티: 인간은 어떻게 스스로를 디자인하는가'
2012년 휘트니 휴스턴 호텔 욕조서 사고사…3년 뒤 딸 브라운 같은 상황으로 죽음 재연
희생 제의이자 어머니 죽음과 한 쌍 택해…스스로 디자인하는 인간 신체 가소성 분석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팝의 디바' 휘트니 휴스턴은 2012년 2월 세상을 떠났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비벌리힐튼 호텔 스위트룸 434호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테롬성 동맥경화증 심장질환과 코카인 흡입으로 인한 우발적 사고였다. 그녀의 딸 바비 크리스티나 브라운은 모든 유산을 물려받았다. 그녀는 한 달 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를 만나 "어머니의 뜻"이라고 했다. "어머니는 항상 나와 함께 해요. 언제나 느낄 수 있죠. (중략) 어머니의 유산을 이어나가야 해요. 앞으로 노래를 하려고요. 연기를 하거나 춤을 출 수도 있고요." 하지만 휴스턴이 세상을 떠난 지 3년4개월 만에 브라운 역시 욕조에서 엎드린 채 주검으로 발견됐다. 어머니의 죽음과 달리 의도적으로 욕조에서 어머니의 죽음을 재연한 것으로 추측됐다.
이 같은 고찰은 지난해 10월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한 국제 심포지엄 '슈퍼휴머니티: 인간은 어떻게 스스로를 디자인하는가'에서 처음 소개됐다. 현대사회 속 인간상의 단면을 건축, 디자인의 관점에서 접근해 현대시각예술의 담론 지평을 인문학적 층위로 확장하는 자리였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기획해 발간한 '슈퍼 휴머니티'는 그 내용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책이다. 인간 자체의 변화 가능성에 주목해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고, 새로운 인간형의 도래와 실존 방식을 다각도로 사유한다. 통찰과 비평, 제안이 오가는 테마는 탈노동, 정신병리학, 가소성 세 가지다. 가소성에서는 인간의 뇌와 몸이 경험과 환경 등에 의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살펴본다. 커먼 어카운츠는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서 죽음이 어떻게 다뤄지고 인간 신체와 공간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주목한다. 스스로를 디자인하는 기관으로서의 인간 신체가 가진 가소적인 힘을 분석한다.
그렇다고 첫 번째 가소적 질료로서의 특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커먼 어카운츠는 도예에 대해 '용기를 제작하는' 가소적 행위라고 주장한 젬퍼의 주장에 주목한다. "(젬퍼는) 욕조와 석관, 항아리와 유골단지는 상호 유사한 기원을 갖는다고 지적하면서, 그것들이 동시에 죽음, 의식, 생명 유지, 위생 등과 관련된 전형적인 도구라고 말한다." 브라운의 경우 생물학적으로 생명이 다하기까지 마지막 행위에서 휴스턴이 그러했던 것처럼 욕조를 석관으로 재구성했다. 여기서 치유와 부패, 다시 말해 살아있는 신체의 복원과 죽음의 연장은 유동적인 영역에 놓여 있으며 같은 인공물, 공간, 기술 안에 존재한다. 살아 있음과 살아있지 않음 사이에 존재하는 초생물학적 기구들을 가정의 영역으로 가져다놓는 것이다. 커먼 어카운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브라운의 위생적인 석관은 특별한 주택 건축물이 제공한 것이다. 또한 어머니에 대한 브라운의 확장된 기념품(재산을 물려받고, 어머니의 행적을 모방하려 하고, 어머니의 죽음을 반복한 것)은 가정성을 지닌 건축물과 더불어 집 안에 보존하고 있던 소집품 또한 요구했다."
그들의 설명대로 인간의 신체는 디자인의 장소일 뿐만 아니라 스스로 인공적으로 보철된 환경과 이미지 자체의 즉각적이고 반사적인 디자인을 위한 동시적인 기구다. 가소적으로 들여다보면, 인간은 자기 신체와 다른 신체들 사이에서 생산적인 상호주의를 시작하는 디자인 기관으로 등록될 수 있다. 스스로를 디자인하는 정신으로, 죽음과 치유 사이에서 유체의 스펙트럼에 대한 불안정한 작동성이자 파괴와 부활 사이의 조건이다. 이 책은 그 실체를 파악하면서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묻는다. 이는 디자인의 주체로서 가져야 할 자세를 요구하는 역설(力說)이기도 하다. 디자인은 인간을 디자인할 수밖에 없으며, 인간은 디자인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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