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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과 국제정치]①정치적이지 않은 근대올림픽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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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회 아테네 올림픽 때부터 시작된 국제정치와의 질긴 '인연'

[올림픽과 국제정치]①정치적이지 않은 근대올림픽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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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평창동계올림픽이란 스포츠 행사를 앞두고 정작 올림픽과 연계돼 가장 관심이 높은 분야는 '정치'와 '국제' 부문이다. 남북 최초로 올림픽에서 단일팀을 구성하고, 북한에서 현송월 단장 등 거물급 정치인사가 사전점검단으로 내려오는 등 평창올림픽과 관련된 일련의 정치적 이벤트들이 벌어지면서 평창올림픽 자체가 스포츠보다는 정치적 이슈로 부각된 탓이다.
그러다보니 이번 올림픽이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과 같이 정치적 논리로 정부가 4년간 흘린 선수들의 피땀을 가로챘다는 비판도 2030세대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올림픽 개최 20일도 안남은 상황에서, 단일팀을 만들어야한다며 일부 우리 대표팀 선수들이 최종 엔트리에 끼지 못하게 되는 것은 '공정'을 근간으로 하는 스포츠 정신에 매우 어긋난다는 것.

지난 1956년, 에이버리 브런디지(Avery Brundage)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스포츠는 정치와 전적으로 무관하다"란 말을 남긴 이후, IOC는 대체로 국제나 지역정치에 올림픽이 이용되는 것을 원칙적으로는 금지하고 있지만, 역으로 지금까지의 올림픽 역사를 살펴보면, IOC 위원장이 직접 이런 말을 남겨야 했을 정도로 근대 올림픽은 출발부터 몹시 정치적이었다.

1896년 개최된 1회 아테네 올림픽 모습.(사진=https://www.olympic.org)

1896년 개최된 1회 아테네 올림픽 모습.(사진=https://www.olympic.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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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올림픽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에르 드 쿠베르탱(Pierre de Coubertin) 남작이 근대 올림픽을 처음 구상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국가주의의 고취에 있었다. 그는 보불전쟁(1870~1871)에서 패배한 조국 프랑스의 국민 사기 진작을 목표로 스포츠행사를 준비하다가 때마침 독일 고고학자 쿠르티우스가 고대 그리스의 올림피아 유적 발굴에 성공하면서 올림픽을 기획했다.

1894년, 쿠베르탱의 노력으로 조직된 IOC는 1896년, 제 1회 아테네 올림픽을 개최하는데 성공했지만 정작 그의 조국인 프랑스는 적국인 독일이 참가한다는 이유로 이름만 올리고 선수가 참가하진 않았다. 쿠베르탱 역시 이 일로 평생 프랑스에서 비난을 받다가 결국 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에서 여생을 보냈다. 올림픽을 이후 계속 그리스에 개최할지, 전 세계 도시마다 돌아가며 개최할지를 두고서도 논란이 일다가 결국 각국 후원단들의 입김에 의해 전 세계 도시를 돌면서 개최되기로 규칙이 바뀌었다. 첫회부터 국가들끼리의 파워게임과 국제정치에 의해 좌우되는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2회 올림픽은 1900년 파리 올림픽은 아예 그해 열린 프랑스 만국박람회 부속행사로 열릴 정도로 정치적 종속도가 더욱 심했다. 올림픽이 만국박람회 일정에 맞춰 6개월로 늘어뜨려졌고, 종목도 분산개최됐으며 만국박람회 볼거리 공연들까지 대회 종목에 포함되는 등 엉망이 됐다. 볼거리 제공을 위해 열린 대포 발사 경기는 농가에 불을 질러 폐지됐고,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인명구조 경기는 정말 사람이 죽는 바람에 폐지되는 등 갖가지 수난을 겪었다.

1936년, 나치 독일이 개최한 베를린 올림픽 모습. 가장 정치적으로 이용된 올림픽으로 기록됐다.(사진=위키피디아)

1936년, 나치 독일이 개최한 베를린 올림픽 모습. 가장 정치적으로 이용된 올림픽으로 기록됐다.(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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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 이르러 정치적 올림픽은 극에 달하게 됐다. 나치 독일 정권이 개최한 베를린 올림픽은 인종차별, 배타적 민족주의를 아예 명분에 세워두고 개최했으며 보이콧을 하려던 영국, 프랑스, 미국 등도 당시 험악한 독일 분위기에 어쩔 수 없이 참가했다. 결국 2차대전 후 열린 런던올림픽에서는 역으로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 2차대전 전범국가들은 발도 못딛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올림픽은 매우 강한 정치색을 띠게 됐다.

냉전시기에는 흔히 '반쪽 올림픽'이라 불리는, 자유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간 보이콧 전쟁에 올림픽이 희생되기도 했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는 64개국이 불참했고, 4년 뒤인 LA올림픽에는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 14개 국가가 불참했다. 한편 중국과 같은 경우에는 중화민국의 올림픽 참가에 반발해 IOC를 한때 탈퇴, 1984년 LA올림픽 이전엔 아예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기도 했었다.

이러한 냉전시기 극한 대치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풀어졌지만, 국내나 지역 정치문제와 올림픽이 연계되는 일은 계속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 독립, 티벳 독립운동, 중국 인권문제 등 각종 정치적 이슈에 휘말리며 성화가 봉송하다 3번이나 꺼지는 사고를 겪기도 했고,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는 리우시에서 올림픽을 명분으로 빈민 7만7000여명을 강제 이주, 이 과정에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비난받기도 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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