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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음악' 빈(Wien)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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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9년 완공된 빈 국립 오페라 극장
오페라 '돈 조반니' 초연
말러·카라얀 등 대가들 거쳐간 성지
유일한 한국 솔리스트인 베이스 박종민
도시 중심부 순환도로 '링' 따라
음악 극장·미술관·박물관 등 줄줄이
성 슈테판 대성당 성음악 연주회
도시 곳곳마다 모차르트의 숨결
모차르트 하우스 비엔나 관광객 북적
오스트리아에도 케이팝 인기 대단
한국 대사관 후원 페스티벌 1000명 넘게 몰려

빈 국립 오페라 극장. [사진=노태영 기자]

빈 국립 오페라 극장. [사진=노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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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국립 오페라 극장. [사진=노태영 기자]

빈 국립 오페라 극장. [사진=노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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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빈에서 클래식 음악은 높거나 멀리 있지 않다.

지하철을 타고 칼스 플라츠 역에 내리면 역사 안의 어느 곳이나 클래식 음악이 먼저 반겨준다. 음악은 화장실에서도 들을 수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지상으로 나서면 바로 빈 국립 오페라 극장(Wiener Staatsoper)이 모습을 드러낸다. 클래식 음악가라면 한 번쯤, 아니 수백 번쯤 꿈꾸는 곳이다. 그래서 수많은 관광객들과 클래식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좋은 공연 공간은 좋은 시설을 갖추고 과학적으로 설계되었을 뿐 관객 친화적이다. 빈 국립 오페라 극장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해 갈 수 있는 곳이 많다. 우리나라 공연장들도 이런 점에서는 에외가 아니다. 세종문화회관은 지하철이나 시내버스로 쉽게 갈 수 있다. 예술의전당도 마찬가지다.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 역에서 가려면 20분은 족히 걸어야 하지만 셔틀버스를 운영해 관객들의 불편을 덜어주고 있다.
빈 국립 오페라 극장이 위용은 눈과 카메라 렌즈로 다 담기가 어려울 정도다. 최대 2284명까지 수용 가능한 대극장으로 1869년 지어질 때는 세계 최고의 시설을 자랑했다. 신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은 극장의 무대에 처음 오른 작품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였다. 물론 이곳에도 아픔의 역사는 있다. 1945년 제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을 당해 파괴됐다가 훗날 재건됐다. 하지만 유럽 클래식 음악의 심장이라는 자부심은 꿋꿋하게 이어갔다. 구스타프 말러,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로린 마젤 등 거장들이 음악감독들을 맡았다.

빈 국립 오페라 극장 전속 성악가인 베이스 박종민. [사진=노태영 기자]

빈 국립 오페라 극장 전속 성악가인 베이스 박종민. [사진=노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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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극장 전속 성악가인 베이스 박종민(32)은 "극장의 명성을 현재까지 이어온 것은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예술가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통로 양쪽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작은 액자에 담긴 사진을 보세요. 사진 속 인물들은 영국 왕실에서 작위를 받듯 오스트리아 정부로부터 '궁정가수' 칭호를 받은 사람들인데요. 국내에서 잘 알려진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나 호세 카레라스 등도 걸려 있습니다"라고 소개했다. 2018년 6월 현재 동양인 음악가의 사진은 없다. 박종민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

빈에는 국립 오페라 극장 말고도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클래식 공연 공간이 즐비하다. 1913년 개관한 빈 콘서트홀(Wiener Konzerthaus), 1870년과 1898년에 각각 들어선 빈 음악협회(Wiener Musikverein), 빈 국민 오페라 극장(Vienna Volksoper) 등이 빈 클래식 음악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이른바 링(Ringstrasse, 빈의 중심부에 있는 순환 도로)을 따라 신전처럼 들어선 여러 극장에서 작품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진=노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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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은 1857년 프란츠 오제프 황제가 성벽을 허물고 만든 길이다. 이 길을 따라 클래식 음악 명소들과 미술관, 박물관, 정부기관 등이 들어섰다. 극장이 많이 있을 뿐 아니라 극장과 극장 사이의 거리도 멀지 않다. 빈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빈 콘서트홀과 빈 음악협회는 걸어서 10분 안팎이면 갈 수 있다. 가장 먼 빈 국민 오페라 극장도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30분 안에 닿는다.

국민의 70% 이상이 가톨릭 신자인 오스트리아의 수도답게 빈에는 유서 깊은 성당도 많다. 빈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북쪽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성 슈테판 대성당이 나온다. 성당 앞 광장은 늘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지난 16일(한국시간) 정오, 성 슈테판 대성당에서는 성음악 연주회가 열렸다. 파이프오르간 반주에 맞춰 켄터키 대학 여성 합창단원들이 화음을 이루었다. 스테인드글라스가 연출하는 빛의 소용돌이 속으로 합창단의 아름다운 노래가 녹아들어 황홀경을 빚었다.

[사진=노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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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은 관광지 대성당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음악에 몰입했다. 어떤 사람은 눈물을 훔치며 기도했고, 가만히 응시하거나 영상을 담는 사람도 있었다. 음악을 잘 듣기 위해 놀라울 정도로 침묵을 지켜냈다. 빈은 흔히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으로 손꼽히지만 그러한 명성은 오래된 건물이나 역사뿐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의 공감과 동참 속에서 가능한 일이다. 국민들이, 그리고 오스트리아가 음악 자체를 너무도 사랑하는 것이다. 거리 곳곳에서 클래식과 성가. 대중음악, 각 나라의 전통음악 등이 어우러졌다. 성 슈테판 대성당에서 멀지 않은 성 베드로 성당에서는 오후 3시에 파이프 오르간 미사곡이 울려 퍼졌다.

빈은 하이든, 모차르트, 슈베르트, 베토벤, 브람스, 슈트라우스 등 클래식 음악의 슈퍼스타들이 깃들인 곳이다. 그래도 한 명을 꼽는다면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다. 빈 어느 곳이나 모차르트의 숨결이 선명하다. 상점의 간판에는 모차르트의 이름이나 초상화, 실루엣이 들어가 있고 빈 국립 오페라 극장 앞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호객하는 상인들도 모차르트를 흉내낸 옷과 가발을 사용했다. '싸고도 좋은 공연'이라는 이들의 말을 믿고 입장권을 샀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그들이 추천하는 공연은 대개 빈 국립 오페라 극장에 올라가지 않는다.

[사진=노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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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슈테판 대성당 뒤편에 모차르트 하우스 비엔나가 있다. 6층짜리 건물로, 모차르트가 살았던 집 중에 유일하게 남은 곳이다. 모차르트는 1784년부터 가족과 함께 여기서 살았다. 규모가 꽤 커서, 이 시기에 모차르트의 수입이 많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모차르트는 이 집에서 '피가로의 결혼'을 썼다. 르완다에서 와 7년째 문화해설사로 일하는 스타니슬라스 쿠라지쿠본(56)은 "왜 전세계에서 사람들이 이곳에 오느냐"는 질문에 "모차르트라는 인물보다 그가 남긴 불멸의 작품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대답했다.

빈의 클래식을 남김없이 즐기려면 카페에 가봐야 한다. 수백 년 이어 온 극장 주변에는 세월을 함께 해 온 카페들이 많다. 수많은 클래식 음악가, 관객, 음악평론가 등이 단골손님이다. 이중 '카페 모차르트'는 빈 국립 오페라 극장이 지어지기도 전인 1794년부터 자리를 지켜왔다. 영국 작가 그레이엄 그린(1904~1991) 등 문인들도 즐겨 찾았다.

'카페 모차르트'의 마틴 루지카. [사진=노태영 기자]

'카페 모차르트'의 마틴 루지카. [사진=노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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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일하는 마틴 루지카(32)는 "그린은 이곳에서 '제3의 사나이'를 썼다"고 알려 주었다. 그는 카페의 대표 메뉴로 '멜랑시'를 소개하면서 "우유를 넣은 커피에 우유 거품을 올려 맛이 부드럽다"고 설명했다. 멜랑시를 담은 잔에 모차르트 실루엣과 1794라는 숫자가 선명하다. 카페 모차르트 근처에 있는 '카페 자허'도 유명하다. 초콜릿 케익 '자허토르테'가 처음 만들어진 곳이다. 무려 34단계를 거쳐 만들며, 하루 3000개 이상이 팔린다고 한다.

[사진=노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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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 외곽의 시립 대강당에서는 주오스트리아 한국대사관에서 후원하는 '케이팝 월드 페스티벌'의 최종 예선전이 열리고 있었다. 오스트리아에서도 케이팝(K-POP)의 인기는 대단하다. 행사장 입구에 늘어선 줄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강우림 주오스트리아 한국대사관 2등 서기관은 "안전 문제 때문에 이곳에서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900명인데 100명이 넘는 관객이 발길을 돌려야 할 정도로 관심이 많아요"라고 귀띔했다. 오스트리아 청소년들로 구성된 열세 팀이 출전해 1위에게 주는 한국 공중파 출연 기회를 다투었다.

팬클럽을 이끌고 있는 안야 힐레브란트. [사진=노태영 기자]

팬클럽을 이끌고 있는 안야 힐레브란트. [사진=노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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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에는 2012년부터 케이팝을 좋아하는 팬클럽이 자생했다. 팬클럽 이름은 '민들레'. 팬클럽을 이끌고 있는 안야 힐레브란트(28)는 "어렸을 때부터 한국 가수인 보아, 동방신기 등을 좋아했다"면서 "케이팝 관련 페스티벌을 오스트리아에서 열고 싶었는데 한국대사관에서 많은 도움을 주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케이팝의 열기가 일시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최근 빌보드 차트 1위를 한) 방탄소년단의 인기도 정말 높다. 여기서는 음반가게에서 앨범을 살 수 없어 온라인 쇼핑을 이용한다. 올해 방탄소년단이 유럽 투어를 온다고 하는데 오스트리아는 빠졌다. 언젠가 꼭 왔으면 좋겠다."






빈(오스트리아)=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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