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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포비아'는 정말 근거없는 '무지의 공포'일까?...'양날의 칼'이 된 난민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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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슬람 형제국도 버거운 '이슬람원리주의'
홍건적·왜구 등 각종 무장난민에 시달린 한국사적 트라우마
인도주의 정신 부족한 '무지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어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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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제주도 예멘 난민 문제를 발화점으로 우리사회에도 난민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난민 수용 반대론자들에 대한 인도주의 단체들과 언론의 비난도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비난의 주된 내용은 반대론이 가짜뉴스로 인해 만들어진 허황된 이야기에 의한 '무지의 공포'에 불과하며, 인도주의 정신을 발현하는 것이 세계화시대의 바른 시민의식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예멘 난민문제를 단순히 인도주의적 입장으로만 바라보기 힘든 이유는 이 '난민포비아' 속에 여러 공포들이 함께 내재돼있기 때문이다. 일단 터키·레바논 등 이슬람 형제국들도 가지고 있는 이슬람원리주의자 난민들에 대한 '이슬람포비아'도 결코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더구나 지난 역사시대 동안 홍건적과 왜구 등 주변국의 무장 난민들에 의해 극심한 사회적 혼란을 겪었던 한국의 역사적인 트라우마는 상당히 크다.

'이슬람포비아'는 각국에서 중동지역 난민들에 대한 수용을 가장 크게 반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동지역의 같은 이슬람 형제국가들조차 꺼리는 이슬람원리주의자들과 테러리스트들이 난민에 뒤섞여 상당수가 유입되기 때문이다. 시리아, 이라크, 예멘 등 중동 내전 중인 지역에서 약 400만명 이상의 난민이 쏟아진 터키와 레바논 등 이슬람 국가들도 지역주민들과 이슬람원리주의 난민들간의 충돌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세속주의 정권에 의해 상당히 자유로운 사회분위기가 유지됐지만, 난민으로 들어온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전통적인 이슬람 율법을 들먹이며 폭력적인 분위기를 조장하면서 난민 유입지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2012년,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의 마리 르펜 당수가 잔다르크 동상을 아이콘으로 내세우고 가진 집회 모습. 2010년대 이후 프랑스 뿐만 아니라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유럽 주요국들에서 '반난민' 정서를 이용한 극우세력의 득세는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다.(사진=www.flickr.com)

지난 2012년,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의 마리 르펜 당수가 잔다르크 동상을 아이콘으로 내세우고 가진 집회 모습. 2010년대 이후 프랑스 뿐만 아니라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유럽 주요국들에서 '반난민' 정서를 이용한 극우세력의 득세는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다.(사진=www.flick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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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종교나 문화가 다른 유럽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중동권과 맞닿아있는 동유럽과 남유럽 지역은 '이슬람포비아'와 '제노포비아'가 더욱 심해졌다. 수십만명씩 쏟아져들어온 난민들로 경제와 치안상태가 악화되고, 각종 테러가 발생하면서 '반난민' 정서는 정치세력화됐다. 이로인해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폴란드 등 많은 유럽 국가에서 극우세력들이 득세하기 시작했고 프랑스와 독일에서도 수권정당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영국은 반난민 정서의 심화 속에 아예 유럽연합(EU)을 탈퇴하기까지 했다. 전 세계의 이슬람포비아는 더욱 확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러한 이슬람포비아와 함께 한국사의 역사적 트라우마 또한 난민과 외국인에 대한 경계심을 크게 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사에서 외부 난민에 대한 거부 정서가 시작된 것은 14세기 말 '홍건적의 난' 때로 알려져있다. 당시 홍건적은 중국 원나라의 기근과 흑사병, 부정부패에 분개한 무장난민들이 일으킨 반란군으로 원나라 정규군과 전투에서 패배, 고려로 흘러들어왔다. 20만이 넘는 이 무장난민들은 순식간에 수도 개경을 함락시키고 고려에 막심한 피해를 입혔으며, 고려왕조는 이를 겨우 토벌하는데 성공했지만 엄청난 손실을 안게 됐다.

8세기 이후 16세기까지 일본지역의 사회적 혼란으로 한국과 중국 연안지역 약탈을 일삼은 무장난민인 왜구의 활동범위(사진=위키피디아)

8세기 이후 16세기까지 일본지역의 사회적 혼란으로 한국과 중국 연안지역 약탈을 일삼은 무장난민인 왜구의 활동범위(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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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일본 지역의 무장난민인 왜구에 대한 기억 또한 난민포비아의 역사적 요인 중 하나다. 8세기부터 16세기에 걸쳐 한반도 전 연안과 중국 동부 해안일대를 중심으로 극심한 약탈을 해온 무장난민인 왜구들은 수백년간 한반도 주민들에게 크나큰 고통을 안겼다. 근대로 넘어온 이후 일제강점기가 시작되고 이때 일본의 대륙침략과 함께 한반도로 유입됐던 수백만명의 중국인, 일본인들에 대한 기억도 한국의 제노포비아 형성에 영향을 끼쳤다. 해방 이후 오늘날에는 조선족 흉악범죄 등 외국인 범죄가 사회문제로 거론되면서 더욱 강해졌다.

결국 옆 나라 난민들이 벌였던 역사적인 약탈에 대한 기억이 남은 상황에서 수만킬로미터 떨어져있고, 각국의 테러 피해가 보고된 이슬람원리주의자들이 다수 포함돼있는 중동 난민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 셈이다. 난민 반대론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것 중 하나가 '안전'인 이유도 여기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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