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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조용한 변주(變奏)/윤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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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죵
 새가 우는군
 가을이 깊어 간다고
 새소리가 우리들의 진실보다 더 맑구나
 살아가는 몸짓과 색깔과 의미
 백천 번의 눈부심과 어둠에 보대끼면서
 별똥별만큼 흩어져 깜박이는

 너는 복잡하구나
그림=이영우 화백

그림=이영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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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 가벼움으로 바람 불어
 살아가리라 하니,
 한낮의 빈터마다 풍속이 고울 것이다
 또는,
 숱한 어리석음이 있다
 어지러이 휘파람 불던 여름날
 나비야 나비야
 무엇이 안 되어도 괜찮은 실패의 마음으로
 어색한 공중제비도 하면서
 너의 속사람 숨 가쁘게 보채는 억양의
 어지러운 속말들을 지우라

 
■해는 아침이면 떠오른다. 다만 떠오른다. 다만 떠올라서 온 세상에 가득하다. 그렇게 꽃이 핀다. 꽃은 다만 필 뿐이다. 피어서 아름답고 열매를 맺고 그리고 진다. 그사이로 벌이 날고 나비가 난다. 무엇이 되고 싶은 마음도 없고 무엇이 되지 못했다고 슬퍼하지도 않는다. 벌과 나비는, 꽃은 그리고 해는. 강물이 다만 흘러 바다로 가듯이 그리고 구름이 되고 비가 되고 다시 다만 강물이 되듯이. "어리석음"도 없고 "휘파람"을 불 일도 없지만 "어지러운 속말들"로 가득한 사람들 빼고는 이 세상 모든 것이 스스로 이루고 스스로를 버린다. "한낮의 빈터마다 풍속이" 곱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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