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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년 전 신라왕궁의 ‘완벽한 화장실’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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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궁과 월지서 신라 수세식 화장실 유구 발견
건물·변기·배수 모두 갖춘 최고급 시설

변기형 석조물 [사진=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변기형 석조물 [사진=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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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낯선 여행지, 화장실에서 겪은 불쾌한 추억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래서 그 도시의 문화 수준을 알고 싶다면 먼저 공중화장실부터 가보라는 말이 생겨났을 것이다. 17세기 프랑스 절대 왕정시기, 루이 14세가 지은 베르사유 궁전이 제대로 된 화장실 시설이 없어 향수문화가 발달했다는 이야기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1300년전 우리나라 왕궁은 어떠했을까? 통일신라시대, 화장실 건물부터 변기, 배수시설까지 완벽히 갖춘 수세식 화장실 유구가 확인돼 학계에 주목을 끌고 있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경주 동궁과 월지(사적 제18호·안압지)의 북동쪽 인접지역(가 지구 6,575㎡)에 대한 발굴조사 성과를 26일 현장에서 공개했다. 경상북도 경주시 인왕동 22-2번지 일원에 위치한 동궁과 월지는 신라의 삼국통일 직후 문무왕 14년(674년)때 세워진 동궁과 주요 관청이 있던 곳이다.

2007년 11월 8일 동궁과 월지 북동쪽 인접지역에 대한 2차 발굴조사를 시작해 현재에 이르렀다. 대형건물지군, 담장, 배수로, 우물 등 동궁 관련 시설을 꾸준히 확인하고 있으며, 안압지 내 출토 유물과 유사한 종류의 기와와 벽돌, 토기류 등의 유물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종훈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이 현장에서 발굴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세영 기자]

이종훈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이 현장에서 발굴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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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공개된 것 중 수세식 화장실 유구가 가장 눈길을 끈다. 유구는 화장실 건물 내 변기시설, 배수시설까지 함께 발굴됐으며, 신라 왕궁의 것으로 확인됐다. 화장실 유구는 초석건물지 내 변기가 있고 변기를 통해 오물이 잘 배출될 수 있도록 점차 기울어지게 설계됐다.

변기형 석조 구조물은 양 다리를 딛고 쪼그려 앉을 수 앉는 판석형 석조물과 그 밑으로 오물이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구멍이 뚫린 또 다른 석조물이 조합된 형태다. 구조상 변기형 석조물을 통해 내려간 오물이 하부로 배출되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해당 유구는 화장실 공간과 부속품들이 한자리에서 발견된 최초의 사례다.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변기시설만 발견(불국사, 8세기)되거나 화장실 유구(익산 왕궁리, 7세기 중엽)만 확인되었다. 화장실 건물과 변기, 배수시설까지 함께 발굴된 사례는 처음이다.

변기시설과 배수시설 연결모습 [사진=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변기시설과 배수시설 연결모습 [사진=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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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방식은 변기에 물을 흘려 오물을 제거하는 수세식으로 보이며, 물을 유입한 설비가 따로 갖추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항아리에 물을 떠 하부로 씻어 보내는 형식이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동궁과 월지 화장실 유구는 통일신라 최상위 계층의 화장실 모습을 보여준다. 장은혜 학예연구사는 “현재까지 조사된 통일신라시대까지의 화장실 중 가장 고급형의 모습을 보여준다. 고급석재인 화강암으로 만든 점, 변기시설과 오물 제거에 수세식 방식이 사용된 점, 변기 하부와 오물 배수시설 바닥에 타일 기능의 전돌(쪼개어 만든 벽돌)을 깔아 마무리한 점 등이 특징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통일신라 이전의 대형 배수로도 확인됐다. 해당 배수로는 1차 유구층에서 확인되었으며, 조사지역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한다. 배수로는 조사지역을 동서방향으로 가로 지르며 길이는 110m, 폭이 6.1~8.5m 남북 방향의 축대 높이가 1.5m에 이른다. 동서 방향으로 물이 흘렀던 것으로 보인다. 배수로 바닥층에는 소 골반뼈와 소형 토기가 정치된 상태로 확인됐다.

3호 우물 [사진=김세영 기자]

3호 우물 [사진=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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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된 두개골[사진=김세영 기자]

발굴된 두개골[사진=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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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혜 학예연구사는 “도로와 배수로는 도시 기반시설로 통일 이전 시기 왕경의 도시계획 방향을 알 수 있는 좋은 자료다. 소 골반뼈와 소형 토기는 배수로를 매립·폐기하는 시기에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선택적 매납, 부위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수변의례의 성격으로 파악된다. 향후 동물고고학과 민속학 분석연구를 통해 자세한 성격을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동궁 내 생활과 관련된 창고시설과 물을 마시는 우물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3호 우물은 평면 원령의 석축우물로 평면상 굴광너비 5.4m, 안지름 약 1.2m~1.4m, 깊이 약 7.2m에 이른다. 우물 내부에는 기와편, 토기편 다량의 동식물 유체와 인골이 나왔다. 4.8m를 기준으로 상하부 구간으로 나눌 때 하부구간은 통일신라 말기에 행해진 우물폐기행위와 관련되며, 상부구간은 고려 초기때 퇴적된 것으로 본다.

이외에도 다양한 생활유물도 출토되어 신라 왕궁의 일상생활과 관련한 연구 자료를 확보했다.

3호 우물 토기류[사진=김세영 기자]

3호 우물 토기류[사진=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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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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