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레비스트로스가 일본에서 했던 세 차례의 강연을 담은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 강의'는 이러한 그의 사상을 맛볼 수 있는 입문서다. 현대 인류학의 거장인 그가 밝혀낸 복잡한 구조주의적 개념을 최대한 배제하고 쉬운 언어로 자신의 사상을 전달한다. 특히 다양성 문제, 진보와 보수 문제, 인종차별 문제 등 현대사회의 문제에 대해 인류학이 어떻게 답할 것인가를 설명하며 인류학이 현대에 갖는 의미를 밝혀낸다.
뉴기니가 대표적이다. 선교사를 통해 축구를 배운 뉴기니 사람들은 승자가 나오면 경기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패자가 없다는 확신이 들 때 경기를 끝낸다. 레비스트로스는 이것이 세상과 관계를 맺는 그들만의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통해 뉴기니 사람들이 수동적이고 무심해 비경쟁적인 것을 좋아하고, 이 때문에 개발과 산업화에 저항한다고 보는 서구의 시선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보여준다. 그는 우리가 사는 방식과 가치가 가능한 유일한 것이 아니라고, 다른 삶의 방식과 가치 체계를 존중해야 한다고 일깨운다.
레비스트로스는 이 책에서 문명은 "수많은 다양성이 있는 문화들의 공존을 의미하고 또 요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류학이 담고 있는 지혜가 현대사회의 위기에 답하기 위한 대안적 길을 열어갈 수 있다고 진단한다. 인류학 연구를 통해 쌓인 실제 존재했던 사회와 행해진 경험에 대한 지식이 현대사회의 문제를 서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게 해줄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산업부 기자 hyk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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