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기초 가르치지만 수학에선 이미 한글 능력 요구
학습 더딘 학생 관리도 소홀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유치원·어린이집에서 이뤄지는 한글 선행교육을 막기 위해 실시된 '한글책임교육'이 여전히 학교 현장에 안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글학습 속도가 더딘 학생에게 교사의 개별 지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학부모들의 불만족이 상당했다.
21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일반시민 중 초1 자녀를 둔 학부모 143명을 대상으로 지난 11~20일 간 온라인을 통해 진행됐다.
한글책임교육이 시행됐음에도 취학 전 한글교육을 진행했다는 학부모는 67.8%(97명)였다. 이들 중 절반 이상(56.7%)가 '유치원·어린이집의 정규수업'을 한글 교육을 실시했다. 한글교육에 있어 유아 교육과정인 누리과정과 초등학교 교육과정이 연계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사에 따르면 학습속도가 더딘 아이에 대한 교사의 개별지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답한 이들이 70.6%에 달했다. 또한 초1 한글교육에 불만족한다는 이들도 43.3%로 절반에 가까웠다.
교사가 아이들이 취학 전에 한글 선행학습을 했다는 전제로 가르친다고 응답한 이들도 38.5%에 달했다. 선행학습 미이행을 전제로 기초부터 가르친다는 응답 비율이 더 많지만 그럼에도 10명 중 4명 꼴에 달하는 비율로 이 같은 응답이 나온 것은 여전히 한글 책임교육에 대한 이해와 책무성이 학교별·교사 별로 편차가 크다는 분석이다.
한글책임교육이 안착하기 위해선 교과서 개정 등 타 교과와의 교육과정 연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응답자의 81.8%(117명)가 '수학 등 다른 과목의 교과서 및 학습보충자료에서는 글을 읽고 이해하는 과정이 포함돼 한글 선행학습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다만 1학기에는 알림장쓰기, 받아쓰기, 문자로 된 일기 쓰기 진행 여부에 대해 각각 58.7%(84명), 71.3%(102명), 65.7%(94명)가 실시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한글 기초교육이 이뤄질 때까지 무리한 쓰기 관련 과제와 평가는 자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교육걱정 관계자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도입된 한글 책임교육의 정착을 위해 초1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며 "이를 토대로 한글 책임교육 운영 실태를 면밀히 파악하고 발견된 문제점에 대한 보완 대책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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