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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창극, 유럽서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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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 빈 명문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왼쪽)과  메리 엘리스. [사진=국립극장]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왼쪽)과 메리 엘리스. [사진=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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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영국에서 꼭 보고 싶었는데 여의치 않아 2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왔어요. 한국의 전통 음악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소리가 너무 마음을 울리네요.”

한국 전통 음악인 창극이 유럽인들의 가슴을 적셨다. 영국 출신의 메리 엘리스(59)는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 오스트리아 빈에서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을 보고 난 뒤 이같이 소감을 전했다. 그는 “현재 클래식 음악 관련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어요. 평소 그리스 작가 에우리피데스의 원작(기원전 415)과 관련된 모든 창작물을 빠짐 없이 보곤 합니다.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하다 한국에서 이 원작을 각색해 오페라식으로 만든다고 해서 고민도 하지 않고 달려왔네요”라며 웃었다. ‘소리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판소리’라고 알려줬다.
국립극장 전속단체인 국립창극단은 16∼18일 빈 도심의 유서깊은 오페라 극장 ‘테아터 안 데어 빈’에서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을 무대에 올렸다. 67주년을 맞은 빈 페스티벌의 폐막작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빈 공연에 앞서 영국 런던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도 같은 작품을 무대에 올려 큰 호응을 받았다.

옹켕센(55) 연출은 관객 반응에 대해 “공연을 할수록 깊이가 생기는 걸 느껴요. 저도 동양인이라 각자 다른 방법으로 고통받거나, 본인이 가치있는 걸 놓치 않으려는 사람들의 얘기를 다루면서 감정이입을 많이 한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6월 한달 동안 유럽 무대를 돌면서 매 도시마다 새롭게 관객들을 맞이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도전이고 즐거움이라고 털어놨다.

기립박수를 치고 있는 관객들. [사진=국립극장]

기립박수를 치고 있는 관객들. [사진=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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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유럽투어 마지막을 장식할 이 극장은 베토벤 오페라 ‘피델리오’, 요한 스트라우스 오페레타 ‘박쥐’ 등이 초연됐던 곳이다. 혹시나 하는 걱정과 달리 706석 모든 좌석이 현지 유럽인들로 가득찼다. 매회 공연이 끝날 때마다 기립박수와 발 두드림, 휘파람 소리가 터져 나왔다. 보수적인 유럽 관객들에게도 와 닿은 것이다. 한국의 전통 판소리를 들려주지만 기본적 줄거리는 유럽인들에게 익숙한 내용으로 구성한 것은 하나의 전략이었다. 그리스와 스파르타 연합군과의 전쟁에게 지면서 한 순간에 노예로 전락한 트로이 여인들이 겪는 비극적 운명을 그렸다. 주제에 보편적인 정서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이날 클래식 오페라 무대에 익숙한 유럽 관객들은 2시간 동안 이어지는 판소리 가락을 처음에는 낯선 시선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중반 이후로 갈수록 애절하고 가슴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소리에 대한 놀라움을 나타냈다. 빈 대학에서 공연예술을 가르치는 타트야나 마르코빅(50) 교수는 첫 공연을 본 소감에 대해 "어떻게 그런 소리가 날 수 있는지 놀랍고 경이롭다"고 표현했다.

모리츠 로벡 빈 페스티벌 큐레이터. [사진=국립극장]

모리츠 로벡 빈 페스티벌 큐레이터. [사진=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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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을 유럽 무대에 소개한 모리츠 로벡(45) 빈 페스티벌 큐레이터는 초청한 이유에 대해 “한 가지 이유가 있는 건 아닙니다. 이번 빈 페스티벌에 40개 작품 초청했는데 전체적인 스토리에서 트로이의 연인이 갖고 있는 비극적 주제가 딱 들어맞아 폐막작으로 초청을 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작품이 특별한 게 어느 나라든 전통이라는 게 있고 오리지널이 있는데 그것들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데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인문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문화권이라서 모르더라도 즐길 수 있는 공연이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전통 작품에 대해 기회가 되면 또 초청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의 반응도 뜨거웠다. 오스트리아 공영방송 ORF는 17일 리뷰 기사를 통해 “한국의 오페라인 창극과 그리스의 비극이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면서 “2018 빈 페스티벌의 폐막작인 ‘트로이의 여인들’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와 기립 환호가 이어졌으며 자막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강렬했다”고 호평했다.

김성녀(68)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은 “우리의 소리꾼이 외국의 스텝들과 근대적인 작업을 한 건 꿈 같은 일입니다. 창극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구요. 창극의 소재를 다양하게 만들어서 그리스 비극이 아니라 한국적인 비극에 관한 얘기를 넣어서 세계에 한국의 예술을 제대로 소개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빈(오스트리아)=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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