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지희 수습기자] 국내 사진작가 여덟 명이 예술가의 초상을 담았다. 서울 관악구의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미술관에서 다음 달 20일까지 열리는 ‘예술가 (없는) 초상’전에서다. 전시는 1960,70년대 한국의 1세대 사진작가부터 2000년대 활동 중인 신진 작가들까지 아우르며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모하는 예술가의 의미를 조명한다.
전시는 사진의 대상에 따라 두 범주로 다시 구분할 수 있다. 영화배우, 문인 등이 담긴 1부와 2부, 그리고 우리 주변의 일상적 인물을 대상으로 한 3부다. 피사체의 차이는 한국 초상사진의 시대적 변화를 보여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전시를 기획한 여경환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큐레이터는 “초반부의 사진가 네 명이 예술가를 피사체로 세계관을 펼쳤다면 전시 후반부에 배치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은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현 시대의 예술관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1부와 2부에서는 미술가, 시인, 영화배우, 감독 등 전통적인 의미의 예술가들이 곧 작품으로 나타난다. 단 오형근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공간은 1,2부의 다른 공간과 차별점을 가지면서 이번 전시의 주제를 가장 함축적으로 담는다. 이 곳은 영화배우와 감독의 사진에 더해 ‘귀를 다친 아이. 럭키 클럽 앞(1993)’ 등 이태원 시리즈의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여 큐레이터는 “오 작가는 어린 시절을 보내며 작품세계의 기초를 형성한 이태원이라는 장소를 전시에 더하고자 했다”며 “이태원 시리즈를 통해 유명인들 외에 무명의 코드도 함께 표현했다”고 했다.
천경우 작가는 감도가 낮은 필름에 장시간 빛을 노출시켜 피사체의 움직임을 이미지 한 장에 중첩시킨다. 빠른 셔터 스피드로 이미지를 오로지 한 장만 남기는 사진매체의 특성을 뒤트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사진에는 순간이 아닌 시간성이 담긴다. 여기에 사진 속 인물들이 눈을 감고 본인의 모습을 상상하며 판넬에 직접 드로잉한 작업까지 결합한다. 타인과 자신의 시선에 비춰지는 초상의 간극을 생각하게끔 하는 작업이다.
정경자의 ‘스피킹 오브 나우’는 주변의 모든 것을 삶과 죽음, 우연과 필연 등에 빗댄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이다. 사진 매체의 기능은 살아있지만 사진을 배치하는 방식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구성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미지의 병치 속에서 관람객 스스로 내러티브를 찾아가도록 일종의 ‘이미지 게임’을 시도하는 작업”이다.
‘예술가 (없는) 초상’전은 예술가의 초상을 중심으로 한국현대 사진의 흐름을 조명하지만 정작 시대적 순서를 따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전시관 1층은 영화배우와 감독 등의 사진을 배치해 관람객의 흥미를 유발하고, 2층에서는 세대를 기준으로 가장 오래된 작가군의 사진(2부)과 젊은 작가들의 작품(3부)을 함께 소개해 극명한 대비 효과를 노린 전시적 트릭도 눈여겨 볼 만 하다.
김지희 수습기자 way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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