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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만리]시간도, 아픔도…잘 견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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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세밑 해넘이 여정-기적처럼 일어난 에메랄드빛 바다, 저녁마다 환상적인 풍경화 그려

용난굴에서 바라본 해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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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들이 갯바위에서 굴을 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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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난굴속으로 붉은 기운이 스며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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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동해변을 불게 물들이며 해가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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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최남단 운여해변의 황홀한 일몰

태안 최남단 운여해변의 황홀한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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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이 찾는 꽃지해변

태안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이 찾는 꽃지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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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지나무골 해변을 붉게 물들이며 하루해가 지고 있다

꾸지나무골 해변을 붉게 물들이며 하루해가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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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암포

학암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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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솔향기 그윽한 충남 태안은 해넘이가 아름다운 고장입니다. 559.3에 이르는 리아스식 해안선을 따라 저녁마다 환상적인 풍경화가 그려집니다. 만선의 깃발을 펄럭이며 포구로 돌아오던 어선이 해 속에 갇히고, 갈매기들은 무시로 해 속을 드나듭니다. 갯가에서 굴을 따는 어민들 어깨 너머로 붉은 불기둥이 열기를 토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태안에는 가슴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10년 전 발생한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입니다. 시커먼 기름은 생명력 넘치던 바다에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주민들과 전국에서 모인 123만 자원봉사자들이 해변에서 기름을 퍼내고 닦아냈습니다. 이들이 바위와 자갈모래를 닦고 닦아서 마침내 깨끗한 에메랄드빛 바다를 되찾았습니다. 지난 7일 찾은 태안은 마침 기름유출 10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재앙의 바다에서 아름다운 옛 모습을 되찾은 기적의 바다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한 해를 정리하는 세밑, 아픔을 이겨내고 청정해변으로 살아난 태안으로 떠나는 여정은 어떠신가요. 황홀하거나 때론 가슴 먹먹한 해넘이가 여행객 가슴속으로 파고들겠지만 바쁜 일상에 찌든 이들에게 한 해의 마지막 여정으로 권해봅니다. 망설임 없이 '힐링'을 선물 받을 것이라 믿습니다.
태안이 품은 첫 번째 해넘이 명소는 가장 북쪽에 위치한 해변인 꾸지나무골이다. 오래전만 해도 숲으로 덮인 오지 해변이었던 꾸지나무골은 길도 없고 불도 들어오지 않는 모래사장이었다. 뽕잎의 대용인 꾸지나무잎으로 누에를 치던 곳이 지금은 송림을 병풍삼은 훌륭한 해변이 됐다. 백사장 길이가 200m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해변이지만 울창한 소나무를 품고 있어 평온하다. 저녁 무렵이면 송림사이로 떨어지는 일몰이 해변을 온통 붉게 물들이는 풍경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해변에서 나와 북쪽으로 4~5정도 가면 용난굴을 만난다. 태안이 꼭꼭 숨겨놓은 비경 중 하나다. 용난굴은 바다와 맞닿은 동굴이다. 입구부분 높이 3m, 아랫부분의 폭 2m 정도 되는 용난굴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낮아지고 좁아진다. 18m쯤 들어가면 양쪽으로 두 개의 굴로 나뉜다. 두 마리의 용이 하늘로 오르기 위해 도를 닦았는데, 오른쪽 용이 먼저 승천하니 왼쪽 용은 승천길이 막혀버렸다. 승천한 용은 굴 입구 위에 비늘자국을 남겼고 갈 곳이 없는 용은 망부석이 돼 입구에 서 있다. 용난굴에 전해오는 전설이다.

썰물 때면 용난굴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물때를 잘 맞추면 동굴 안을 붉게 물들이며 떨어지는 낙조도 만날 수 있다. 인근에는 곰바위, 거북바위 등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가 정원처럼 자리 잡고 있어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태안 여정에서 이곳을 빼놓을 수 없다. 학이 날갯짓을 하며 날아가는 형상의 학암포다. 조선시대 중국과 질그릇을 교역하던 무역항이었다. 한창 때는 수십 척의 무역선이 드나들던 항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학암포의 해넘이 포인트는 썰물 때 해변과 연결되는 소분점도다. 해송이 바위에 뿌리를 내린 소분점도는 물이 빠지면 주변 바다에 흩뿌려진 바위가 드러나 수중 산봉우리를 연상케 한다. 하늘과 바다를 붉게 채색한 낙조를 배경으로 소분점도, 민어섬, 소리섬, 대뱅이, 꽃뱅이 등 이름조차 정겨운 섬과 바위가 두루마리 그림처럼 펼쳐진다.

학암포 아래 먼동해변을 대표하는 풍경은 소나무 두 그루가 뿌리를 내린 거북바위다. 이맘 때면 거북바위와 왼쪽의 삼각형 바위 사이로 해가 떨어지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낙조 중 가장 이색적인 풍경은 신두리 해안사구에서 만난다. '한국의 사막'으로 불리는 신두리 해안사구는 길이 3.4에 폭 5001300m로 바람과 모래, 그리고 시간이 빚은 모래언덕이다. 푸른 하늘과 맞닿은 물결무늬의 모래언덕은 명과 암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해가 서쪽으로 비스듬히 기울면 햇살에 젖은 모래언덕이 붉게 빛나고 반원 형태의 모래언덕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만리포를 비롯해 천리포, 백리포, 십리포를 지나면 안면도로 들어간다. 백사장항과 드로니항을 연결하는 '대하랑 꽃게랑' 해상인도교가 먼저 반긴다. 최근 해넘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백사장항을 나와 태안반도에서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으로 간다. 바로 꽃지해변이다. 변산 채석강, 강화 석모도와 함께 서해안 3대 낙조 명소로 손꼽힌다. 꽃지해변의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를 배경으로 삼는다. 100m 정도 간격의 두 개의 바위섬 사이로 떨어지는 해가 시시각각 빚어내는 낙조는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름답다. 2012년에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루 두 차례 물이 빠지면 굴이나 조개를 캐는 관광객들로 해변이 붐빈다.

꽃지를 지나면 곧 샛별해변이다. 해변의 이름이 '샛별'이라니 낭만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해안 사이에 뻘이 있다고 해서 '샛뻘'로 불리던 것을 주민들이 '샛별'이라고 고쳐 불렀다.

샛별을 지나면 눈부신 낙조가 기다리고 있다. 운여 해변의 방파제 남쪽 끝. 그 길 위에서 솔숲 너머의 바다를 뜨겁게 달구며 수평선으로 넘어가는 황홀한 낙조를 만난다. 낙조 무렵 밀물이 들 때 그 호수 앞에 서면 잘려진 방파제가 마치 솔섬처럼 떠오른다. 그 뒤로 붉은 해가 넘어가는 모습은 압권이다. 해가 지고 푸른 어둠이 다가오는 시간까지 펼쳐지는 풍경은 어찌나 서정적인지 가슴이 다 뭉클해진다. 운여저수지의 마르지 않은 물웅덩이에 비친 솔숲의 반영은 여인의 눈썹처럼 아름답다.

운여 해변을 지나면 가장 남쪽에 있는 바람아래해변이다. 이곳에서 용이 승천하면서 큰 바람과 파도가 일었고 강풍이 불 때면 바람의 여신이 지켜준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바람아래를 나서면 태안 최남단의 작은 항구인 영목항이다. 운여 해변을 붉게 달군 하늘은 어느새 어둠을 몰고 왔다. 항구마다 하나둘 가로등이 불을 밝힌다. 밤바람을 타고 밀려오는 비릿한 바다 내음이 상쾌하다.

태안=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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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가는 길=서해안고속도로 서산 나들목에서 내려 서산태안 방면으로 길을 잡은 뒤 태안 읍내를 거쳐 603번 지방도를 타고 이원면소재지를 지나면 태안의 최북단 해변인 꾸지나무골에 닿는다. 여기서부터 77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낙조여정을 시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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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굴과 함께 박속밀국낙지탕(사진)은 태안 별미로 손색이 없다. 통째로 넣은 낙지와 박이 어우러진 시원한 육수에 칼국수, 수제비를 곁들인 박속밀국낙지탕은 독특한 맛을 낸다. 원북면 원풍식당이 이름났다. 횟집은 방포항과 꽃지해변을 잇는 꽃다리 부근에 몰려있다. 또 태안에는 간장게장과 우럭젓국도 유명하다.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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