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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만리]시간과 자연이 빚은 낯설고 광활한 풍경…지도에서 사라진 섬, 우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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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년 전 공룡이 뛰놀던 곳이 바다가 되고, 다시 광활한 평원이 되었다…우음도 가을여정

우음도에 노을이 시작된다. 오묘한 구름아래 넓은 평원을 가득 메운 갈대와 띠풀, 그리고 공룡알 화석단지가 태고적 신비를 보여주는 듯하다. 우음도는 일출전 해무가 생기거나 해질녘에 찾으면 이국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우음도에 노을이 시작된다. 오묘한 구름아래 넓은 평원을 가득 메운 갈대와 띠풀, 그리고 공룡알 화석단지가 태고적 신비를 보여주는 듯하다. 우음도는 일출전 해무가 생기거나 해질녘에 찾으면 이국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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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옹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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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산그린시티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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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알 화석산지 누드바위(왼쪽사진)와 그 아래 꼭꼭 숨어있는 공룡알

공룡알 화석산지 누드바위(왼쪽사진)와 그 아래 꼭꼭 숨어있는 공룡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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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평원으로 편한 시화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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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알 화석산지 가는길에 만난 가을풍경

공룡알 화석산지 가는길에 만난 가을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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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음도에 저녁 노을이 내려앉았다

우음도에 저녁 노을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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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광활한 벌판에 바람이 일렁입니다. 이곳은 시화호가 탄생하기 전까지 바다였습니다. 육지에서 소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해서 이름 붙은 우음도와 닭섬, 형도, 어도는 섬이었습니다. 그러나 물막이 공사가 끝난 후 덩그러니 드러나 뭍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도에도 남아 있지 않은 우음도는 한때 이곳이 바다였음을 알지 못한 채 묵묵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 바닷물이 드나들던 드넓은 갯벌이 육지가 된 지 20년이 지났습니다. 너른 평원은 띠풀, 함초, 칠면초, 갈대와 느티나무들이 뿌리를 내리면서 낯설고 이국적인 경관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한국의 세렌게티란 애칭으로 불리면서 말입니다. 또 있습니다. 바닷물이 다 빠져나간 자리에 1억 년 전 공룡시대의 부화되지 않은 공룡알이 발견되었습니다. 중생대 백악기 공룡들의 집단 서식지입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보고된 뿔공룡 알입니다. 화성으로 떠나는 여정은 오래된 시간들이 모여 그 속에서 나오는 추억, 풍경들을 찾아갑니다. 고즈넉하고 평화로움과 때로는 쓸쓸함까지 묻어나는 그 곳 우음도로 말입니다.
화성하면 제부도와 바지락칼국수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매혹적인 여행 목적지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전곡항과 궁평항 낙조는 황홀하다. 백미리 어촌마을은 아이들의 체험소리로 활기가 넘쳐난다. 여기다가 융ㆍ건릉과 용주사의 울창한 소나무와 참나무 숲길 또한 매력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것은 시화방조제와 화옹방조제 건설로 육지가 된 끝 간 데 없는 너른 들판이다. 가을이면 꼭 가보자 했던 곳이 이 들판과 섬 아닌 섬 우음도다. 대단위 간척사업인 시화방조제(경기도 시흥 오이도~안산 대부도) 건설로 우음도와 닭섬, 어도, 형도 같은 섬들이 육지가 됐다. 이곳은 갈대와 띠풀로 드넓은 초원의 풍경으로 가득하다.
소금기가 가시지 않은 갯벌의 염생식물을 밀어낸 띠풀과 갈대 사이에 버드나무 씨앗이 날아들었다. 그 작은 씨앗은 아무도 돌봐주지 않았음에도 제법 굵은 둥치로 자라나 활개 치듯 가지를 뻗고 있다. 인공으로 만든 땅이 세월 흘러 낯설고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시간과 자연의 힘은 이렇듯 강력하다.

시화지구를 따라 우음도로 간다. 갈대와 갯벌로 뒤덮인 한가운데 나지막한 우음도가 보인다. 섬 아닌 섬 정상에는 송산그린시티라는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서 내려다본 풍광은 '광활하다'는 표현이 딱 맞다.

바다에서 호수가 된 시화호와 건너편 안산반월공단, 호수 위로 길게 이어진 송전탑이 한눈에 보였다. 반대쪽은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과 단단해진 갯벌 위로 자란 칠면초와 띠풀 그리고 초지 위에 드문드문 뿌리를 내린 나무들이 늘어서 있다. 낯설고 독특하다. 사람들이 왜 이곳을 아프리카 세렌게티라 부르는지 알 것 같다.

전망대를 내려와 해질녘 바다가 육지로 변한 그곳에 섰다. 한결 서늘해진 바람이 갈대를 휘젓고 지나간다. 풍경은 생소하지만 고즈넉하고 평화롭다. 초지에 드문드문 서있는 나무들 뒤로 노을이 물들고 있다.

사진 출사를 나온 사람들이 둔중한 카메라를 들고 우음도 주변 갈대들판을 헤매고 다닌다. 수많은 탐방객과 사진가들의 벗이 돼 준 일명 왕따나무도 어둠에 잠기기 시작한다. 우뚝한 나무와 흔들리는 갈대, 하늘은 어느새 파랑에서 황금빛으로 변해간다. 광활하고 거대한 초지의 공간은 한편으로는 회화적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쓸쓸한 적막감으로 다가온다.

육지가 된 시화지구는 송산그린시티란 이름의 거대 신도시로 개발될 예정이다. 한쪽에는 공사 차량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한적한 어촌의 갯벌이 육지로 바뀌었고, 다시 거대한 도시로 변모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이 낯선 풍경도 곧 사라질 모습이다.

시화지구 일대는 방조제 건설 이전에 바다였지만 더 오래전에는 육지였다. 그걸 증명하는 게 공룡알 화석이다. 1억년 전에 이곳은 공룡이 활보하고 둥지를 틀었던 땅이었다. 공룡알 화석은 시화호 방조제가 세워지고 나서 사암으로 이뤄진 개미섬, 닭섬 등 6개 섬이 모조리 육지가 된 뒤에 발견됐다.

공룡알 화석지 방문자센터 앞에서 시작된 탐방로가 약 1.5㎞ 뻗어있다. 뭉게구름 둥실 떠 있는 그 길을 따라 걷는 맛이 각별하다. 거대한 평원의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가는 느낌도 독특한 데다, 가늠할 수 없는 시간 저편에서 일대를 쿵쾅거리며 뛰어다녔을 공룡을 상상하는 재미도 있다. 넓은 초원 위로 작은 무인도들과 붉은 색을 띠는 바위들이 떠 있는 게 정말 공룡들이 살았음직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공룡알 화석은 발굴 당시 그대로 공개되고 있다. 둥근 알의 형태가 제법 뚜렷하다. 돌출된 바위에 박힌 알을 찾아내는 것이 마치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듯하다.

지금까지 12개 지점에서 약 30개의 알둥지와 200여개의 공룡알 화석이 나왔다. 학자들은 훨씬 더 많은 알들이 갯벌에 묻혀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화석지는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 414호로 지정됐다. 이 때문에 신도시가 들어설 땅에서 일부는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1억년 전의 공룡이 낳은 태어나지 못하고 화석이 돼버린 알이 녹지공간을 지켜준 셈이다.

화성=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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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가는길=
제2서해안고속도로 송산~마도IC로 나와 305번 지방도를 타고 제부도 방향, 사강교차로에서 우회전해 고정리 방향으로 가면 공룡알 화석산지 이정표가 나온다. 공룡알 화석산지에서 우음도는 차로 5분 거리다. 송산그린시티전망대는 꼭 올라보자. 오후 5시까지 운영.

▲먹거리= 우음도 가는 길에 사강시장이 있다. 싱싱한 제철 해산물 전문시장이다. 또 전곡항, 궁평항, 제부도에서 해산물이나 바지락칼국수, 해물파전을 내놓는 집들이 많다. 우음도가 있는 송산면은 포도산지로 유명하다.

▲볼거리= 정조의 효심이 깃든 용주사를 비롯해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를 합장한 융릉, 정조와 효의왕후 김씨의 합장릉인 건릉이 있다. 소나무숲이 아름다워 산책길로 좋다. 백미리 체험마을(사진)을 비롯해 제부도, 국화도, 입화도, 전곡항, 궁평항, 비봉습지공원, 제암리 3.1운동순국기념관, 남양성모성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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