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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환의 지리산별곡 ⑨] 판타지 속으로 떠나는 핑크빛 숲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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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군 수철리 ~ 함양군 동강리

[조문환의 지리산별곡 ⑨] 판타지 속으로 떠나는 핑크빛 숲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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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상처를 몸으로 삼켜버리고 강은 스스로 씻어버리나
산은 그 가슴에 자국을 남긴다”

그만큼 산은 진솔하다. 꾸미지 않는다.
그만큼 바다는 탁월한 연기력을 가졌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어쩌면 바다는 그 아픈 상처를 가슴 깊은 곳에 숨겨놓았으리라.

거기에 비하면 강은 스스로의 치유력이 뛰어나다.
상처 입은 즉시 원상 회복력을 가지고 있어서 쉽게 친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상처 입은 자가 강으로 가면 탁월한 효험을 볼 수 있다.
바다에 가면 편안해 지고 강에 가면 그와 친구가 된다.

하지만 산에 가면 나 또한 그와 함께 아파야 하고 싸매져야 하리라.
그게 산이다.
숨기지 못하고 엉엉거리고 끙끙거리는 것이 산이다.
상처를 입어 본 사람이라야 상처 입은 자를 치유할 수 있다.
아파본 사람이라야 아픈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다.

그럼으로 상처입어보지 못한 사람은 산으로 가지 말아야 하리라.
그 곳에는 헤집어 놓은 가슴들이 널브러져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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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 세상에서 상처 입은 가슴을 치유하러 산으로 가시려거든
같이 부둥켜안고 밤새도록 울다가 올지어다.
울다가 울다가 지치면 어느새 새벽이 되리니
그 때에야 온전한 치유된 나를 발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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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밤새도록 부둥켜안고 울다 울다 맞이한 숲이 고동재다.
폭우 쏟아진 후 하늘에서 발하는 눈부신 광채와도 같이
모든 것이 새로워지고 어둠이 물러간 후 새소리 영롱한 아침이며,
막혔던 가슴이 뚫리는 순간처럼 맞이한 곳이다.

오월 상순의 숲은 어디로 간들 에너지가 창일하지 않은 곳이 있으랴만,
고동재 숲길은 꿈결에 만난 환상의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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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려온 빛은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진 원색이다.
이제 막 바다에서 건져 올려 퍼덕거리는 자연산 물고기이며
심심계곡 금광 채석장의 가공되지 않은 원석과도 같다.
이것이 오월 상순 고동재 숲으로 하늘에서 쏟아 놓은 빛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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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연녹색 잎에 투과되고 투과되지 않은 빛은 다시 반사되어
잎에서 튕겨져 나와 숲으로 쏟아져 내렸다.

그 주체할 수 없는 빛들이 나무사이로, 숲 사이로 흩어지고 굴러내려
마치 마법의 숲처럼 숲은 온통 빛의 잔치가 벌어졌다.
그 빛이 은방울꽃을 건드리자 온 숲속은 방울소리로 진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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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순간 숲은 판타지 입체영상 속으로 빠져 들었다.
좁은 숲길에 내려앉은 진달래 군락지,
그 흩뿌려진 연분홍 진달래 꽃잎들이 핑크길 양탄자가 되어
나를 판타지 속의 주인공으로 분장시켜 놓았다.

나는 애니메이션 영화에서처럼 좁은 숲길 속으로 빨려들어 가고
마치 양탄자를 탄 어린왕자처럼 환상 속으로 날아다녔다.

핑크로드는 오르막으로 치닫다가도 갑자기 내리막길로 쏟아져 내리고
오른쪽으로 급선회를 하다가 왼쪽으로 급강하 하면서 꽃잎들을 오솔길에
흩날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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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듯 핑크길 숲길이 끝나고 백색의 하얀 진달래 꽃잎들이 숲길을 수놓았다.
연이어 침엽수림 숲길로 접어들었다.
이 침엽수림은 수만 평이 넘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숲은 마치 창일한 바다처럼 일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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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찌를 듯 한 침엽수림 숲길,
그 나무아래 두 팔을 벌려 하늘을 향해 환호하는 외침이 들린다.

저 멀리서 두 손 잡고 춤추며 달려오는 연인들의 환상이 보인다.
이들은 이 핑크빛 숲으로 허니문을 떠나온 사람들이리라!

내가 탄 양탄자는 하강곡선을 그리며 숲속으로 내려앉는다.
저 언저리에는 태양빛에 반사되어 튕겨오는 한 줄기의 빛이 있다.
상사폭포에서 생겨난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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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지 않은 폭포지만 이 상사폭포는
숲속에서 생겨나 숲속으로 떨어지는 특이한 폭포다.
그 폭포아래 뛰노는 젊은이들,
마치 축복이 내리는 폭포수 속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에게 축복이 있으라.
이들에게 치유가 있으라.
이들에게 생명이 있으라.


나의 판타지 여행은 여기까지였다. 꿈결과 같은 숲속여행이었다.
저 멀리 고독한 탑이 솟아 있다.
그 가슴에는 상처난 자국이 있다.
이 땅에 동족끼리 상처를 입힌 산청사건 추모공원이다.

이 상처는 치유될 수 있을까?


판타지는 순간이다.
영원히 지속된다면 그것은 판타지가 아니다.
또 다시 꿈에서 깨어나 험하고 고독의 길을 걸어야 한다.

뙤약볕을 걸어야 하고 바람과 맞서야 하며 무서리도 머리에 여야 한다.
판타지란 그런 것이다.

저 멀리 동강마을이 손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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