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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만리]'무진장' 버스 타고 달려오는 봄소식, 馬耳山도 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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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고원 봄맛이 여정-무진장 생소해서 더 정답고 설레는 곳

[여행만리]'무진장' 버스 타고 달려오는 봄소식, 馬耳山도 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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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이른바 '무진장'으로 묶여 불리는 곳이 있습니다. 전라북도 대표 오지마을인 무주, 진안, 장수의 앞 글자를 따서 그렇게 부릅니다. 이들 지역은 고속도로가 사통팔달로 이어진 요즘에도 여전히 외지인들에게 생소합니다. 그중 진안은 더욱더 그러합니다. 대단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있는 여행목적지로 기억되지는 않는 곳입니다. 하지만 진안이란 지명은 몰라도 누구나 알만한 유명한 볼거리가 있습니다. 말 귀를 닮았다는 기이한 봉우리인 마이산(馬耳山)입니다. 프랑스 여행안내서인 미슐랭 그린가이드에서 최고 점수인 별3개를 받기도 했습니다. 큼직한 바위 덩어리 2개는 땅에서 솟았다기보다 누군가 하늘에서 땅으로 내리꽂아놓은 듯 기괴하고 신비롭습니다. 태풍이 불어도 흔들림 없는 마이산 돌탑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놀라움 그 자체입니다. 깎아지른 절벽에 오가는 것은 구름밖에 없다는 운일암(雲日岩)과 하루 중 햇빛을 반나절밖에 볼 수 없다는 반일암(半日岩) 계곡도 명소입니다. 흰 구름도 쉬어 간다는 백운면 원촌마을의 곰살맞은 간판들은 또 어떻습니까.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달려 봄소식을 전하는 우편집배원과 정겨운 무진장 버스 풍경은 진안에서만 느껴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이뿐인가요. 구봉산 구름다리와 운장산휴양림, 용담호 호반여행도 빼놓으면 섭섭합니다. 그래서 조금은 생소하지만 '무진장'으로 묶이지 않더라도 봄날 진안으로 떠나는 여정은 설렘이 가득합니다.

진안땅에 들어서자 올망졸망한 산들 사이로 기이한 봉우리 한 쌍이 먼저 반긴다. 진안을 대표하는 봉우리다. 1억 년 전 호수 바닥이 지각변동에 의해 생겨났다. 불끈 솟아 마주한 수마이봉(동봉ㆍ680m)과 암마이봉(서봉ㆍ686m) 두 봉우리 모양이 말 귀를 닮아 마이산이란 이름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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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부르는 명칭은 모두 다르다. 봄에는 안개를 뚫고 나온 두 봉우리가 쌍돛대를 닮아 '돛대봉', 여름에 수목이 울창해지면 용의 뿔 같다 해서 '용각봉', 가을에는 '마이봉', 겨울에는 눈이 쌓이지 않아 먹물을 찍은 붓끝처럼 보인다 해서 '문필봉'이라 불린다. 물론 정식 명칭은 마이산이다. 나머지는 이야기로 만들어진 이름들이다.
마이산은 태조 이성계와 얽힌 전설이 많아 조선조 내내 조선왕실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산으로 대접받았다. 산신제도 꼬박꼬박 지냈다. 이성계가 꿈에서 국가를 잘 경영하라는 계시와 함께 금척(금으로 된 잣대)을 받는데, 그가 꿈을 꾼 곳이 바로 마이산이다. 수마이봉 아래 600년 된 청실배나무(천연기념물 제386호) 또한 이성계가 심었다고 전해진다.

마이산을 더욱 신비롭고 유명하게 만든 것은 탑사다. 이갑룡이라는 사람이 이 산 가운데에 천지음양 이치와 팔진도법을 응용해 80여 기 돌탑들을 쌓았다. 어지럽게 돌무더기가 놓여 있는 것 같아도 태풍이 불어도 약간 흔들릴 뿐 끄덕도 않는다고 한다.
탑사에서 5분여 오르면 은수사가 자리한다. 이성계가 절에서 물을 마시고 물이 은같이 맑다고 해서 은수라란 이름은 얻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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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산이 알려진 것은 오래되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관광객들 발길이 부쩍 늘었다. 이유가 있다. 2011년 발간된 세계적인 여행안내서인 프랑스 '미슐랭 그린가이드'가 별 3개 만점을 부여하면서다. 국내 관광객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이 찾고 있다.

마이산은 보는 거리와 방향에 따라 모양과 이미지가 다르다. 진안 어디서 보건 풍경의 주인은 마이산이다. 멀리서 보는 마이산 풍경이 외려 더 낫다는 평가도 있다. 쉬 보기 어려운 독특한 산세가 주변의 넉넉한 전원 풍경과 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일교차가 큰 봄이나 가을엔 산허리가 안개에 휩싸인 마이산을 감상하기 딱 좋다.
첫손 꼽히는 조망대가 부귀산이다. 삼봉마을회관에서 산 중턱까지 승용차로 간 뒤 10분 남짓 산을 오르면 전망대가 나온다. 새하얀 안개 속에 두개의 봉우리가 우뚝 솟아 꼭 바다 위에 떠 있는 절해고도처럼 보이다. 특히 새벽안개를 밀어내며 여명이 밝아오는 모습은 몽환적이다. 부귀산은 반드시 해가 뜨기 전에 찾아야 한다. 햇살이 퍼지기 시작하면 덩달아 안개도 사라지곤 한다.

읍내 어디에서도 두 귀를 세우고 있는 마이산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중 최근 인기명소로 떠오른 곳이 진안휴게소다. 익산~포항간 고속도로 개통 이후 오가는 길손들에게 최고의 전망 포인트로 인기를 얻고 있다. 마이산이 코앞에서 펼쳐진 장관을 맛볼 수 있다. 상ㆍ하행 휴게소 양쪽에 다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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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귀산에서 나와 10여km 달려 만나는 주천면에는 운일암반일암이라 부르는 계곡이 있다. 운장산 동북쪽 명덕봉과 명도봉 사이에 약 5km에 이르는 협곡이다. 기암절벽에 옥수청산(玉水靑山) 등 신묘한 어우러짐으로 아름다운 절경을 빚어낸다.

불과 70여년 전만해도 깎아지른 절벽에 길이 없어 오로지 하늘과 돌과 나무와 오가는 구름 뿐 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운일암이라 했고, 또 깊은 계곡이라 햇빛을 하루에 반나절 밖에 볼 수 없어 반일암이라 불렸다.

20-30m 높이의 기암절벽은 깎아지른 듯하고 맑은 계곡물은 집채만 한 바위들을 숨바꼭질 하듯 돌고 돌아간다. 바위와 봄빛 품은 계류가 이룬 풍경만 해도 장관인데 여기에 푸른 소나무가 운치를 더하니 명불허전이다.

운일암반일암 계곡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은 도덕정이란 정자다. 계곡은 물론 기암절벽에 명도봉까지 한눈에 볼 수 있어 풍광이 뛰어나다. 정자에 앉아 흘러가는 물소리만 듣고 있어도 훌쩍 다가온 봄날 정취를 만끽 할 수 있다.

진안은 북한 개마고원에는 비교할 바 아니지만 남쪽에서는 찾기 드문 고원 마을이다. 흰 구름도 쉬어 간다는 백운면 원촌마을 이름도 그래서 나왔다. 마이산 남쪽으로 자동차로 15분이면 닿는다. 이 마을이 유명해진 것은 간판 때문이다. 특별하게 볼 것 없는 평범한 시골 마을이지만 기계로 찍어낸 획일적인 간판을 예쁜 손글씨 간판으로 바꾸면서 근사한 마을로 변했다. 길에서 만나는 아날로그 풍경과 그 속에 보물처럼 숨어 있는 친근한 간판이 잊고 지낸 고향 기억을 되살아나게 한다.

'풍년 떡 방앗간'에는 나락이 바람에 흔들리고 새 한 마리가 이삭을 물고 날아든다. '희망 건강원' 슬레이트 지붕 위에는 염소 한 마리가 방자하게 올라서 있고, '백운 약방' 머리 위에는 커다란 흰 구름이 둥둥 떠다닌다. 재미난 간판사연도 있다. 30여 년 전 딸딸이 전화기를 쓰던 시절 전화번호가 '6번'이어서 '육번집' 간판을 단 이야기에는 미소가 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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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골목마다 개성 있는 간판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들은 정겹다. 그래서 원촌마을을 즐기는 방법은 간판만 보고 갈게 아니다. 마을길을 따라 구석구석 돌아보는 재미가 더 쏠쏠하다. 원촌마을은 걸어서 한 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부귀면 세동리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계절과 상관없이 꼭 들러봐야 할 곳이다. 전남 담양 메타세쿼이아와 규모면에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여유 있게 돌아나가는 모양새가 범상치는 않다. 1986년부터 조성된 길은 잠동에서 모래재휴게소까지 1.5km에 이른다.

이국적인 메타세쿼이아 풍경이 사계절 다른 모습을 연출해 주말이면 사진을 찍거나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붐빈다. 이른 봄빛이 긴 꼬리를 그리며 서산으로 지고 있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붉은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장터에 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할머니를 태운 주황색 무진장 버스가 굽어진 길을 따라 저 멀리 사라진다.

진안=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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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가는길=
수도권에서 가면 경부와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해 가다 익산분기점을 나와 진안ㆍ장수방면 익산포항고속도로 진입, 진안 나들목을 나서면 진안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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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용담호 풍경을 즐겨보자. 봄이 내려앉은 호수는 싱그럽고 활기차게 길손을 맞는다. 맑은 호수를 병풍처럼 둘러싼 산길을 따라 호반 드라이브도 좋다. 원촌마을에는 섬진강 발원지인 데미샘이 있다. 산행을 해야 하지만 구봉산 구름다리(사진)와 운장산휴양림도 좋다. 마이산을 보며 즐기는 홍삼스파탕도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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