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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영웅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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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知識)도 이성(理性)도 단절(斷絶)된 세계의식(世界意識)에서 / 전쟁(戰爭)을 노래모양 외운다 / 영웅(英雄)이 너무 많다 // 절해(絶海) 가운데 외로운 섬에 살아 / 역정(歷程)을 되씹는 황제(皇帝)가 되랴"

화인(花人) 김수돈(金洙敦, 1917~1966)이라는 시인이 있다. 1953년 2월에 발간된 그의 시집 <우수(憂愁)의 황제(皇帝)>에 실린 같은 제목의 짧은 시는 이와 같은 구절로 끝난다.
마산 출신으로 일본 유학 후 강단에도 섰던 인텔리인 동시에 주벽과 기행으로 소위 '낭만' 시인의 전형을 몸소 구현한 그였다.

술과 꽃을 사랑한 예술가였지만 격동의 해방공간을 지나 한국전쟁까지 겪으며 느낀 우울감도 컸던 모양이다. 파멸을 부추기는 잘난 자들이 너무 많은 지금, 차라리 고립된 삶을 택해야 하나 고민하는 시인의 독백에서는 사회 비판의식과 지식인의 무력감이 함께 느껴진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진행 중인 이때, 발표된 지 60년도 넘은 이 시가 왜 떠올랐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전쟁을 노래모양 외우는 두 영웅(?) 김정은과 트럼프 때문이다.
일찍이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날린 미국 대통령과 "괌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 검토"로 맞받아친 북한 세습 지도자가 아니던가.

북한군 판문점대표부 대변인은 22일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위험천만한 군사적 도발을 걸어온 이상 무자비한 보복과 가차없는 징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1일에도 "미제와 괴뢰 호전광들이 공화국을 핵 선제공격하기 위한 UFG 합동군사연습을 끝끝내 벌여놓았다"라면서 "미제와 괴뢰 호전광들은 저(자기)들이 지른 불이 어떤 후과(결과)를 초래하게 되는가를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최근 3년간 UFG 연습 전후 일관되게 군사적 도발을 감행한 북한이기에 연속된 위협도 예상된 부분이다.

그러나 올해는 예년보다 분위기가 더 좋지 않다. '벼랑 끝 전술 1등' 앞에서 외교적 절제를 쏙 뺀 '날 것 그대로'의 트위터 몇 줄로 장기간 고수한 '전략적 인내심'을 한방에 날려버린 '막말 1등' 맞수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예측 불가의 긴장감이 한반도에 감돈다. 북한의 도발도 미국의 반응도 불확실성의 영역이다. 분명한 것은, 무력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되 이성적인 대화로 군축과 평화의 길을 추구한다는 정부의 기조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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