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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가는 길도 아름다웠던 故 구본무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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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 화장해 수목장, 지인·네티즌 등 쏟아지는 구 회장과의 미담들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에서 열린 고(故) 구본무 LG 회장의 발인식에서 고인의 맏사위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가 고인의 영정을 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에서 열린 고(故) 구본무 LG 회장의 발인식에서 고인의 맏사위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가 고인의 영정을 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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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발인이 22일 오전 8시 30분 서울대 병원에서 진행됐다. 발인에는 100여명의 친인척, LG그룹 계열사 경영진들이 참석했다. 구 회장의 맏사위인 윤관 블루런벤처스 사장이 영정을 들고 구 회장의 두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이 뒤를 따랐다.
뒤를 이어 범 LG家 일가 친척들과 LG 계열사 경영진, 상주인 아들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구 회장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켰다.

영구차는 화장터로 떠난다. 조화도 조문도 정중히 거절했던 것 처럼 가는 길 자체도 소탈하다. 구 회장의 유해는 화장해 나부 뿌리에 뿌리는 수목장(樹木葬)으로 진행한다. 생전 LG상록재단이 공익사업으로 조성한 숲에 자신의 호인 '화담(和談)'을 붙여 아꼈던 심정으로 마지막 길도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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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회장은 지난 20일 오전 9시 52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3세, LG그룹 경영을 맡은지 23년이 됐다. 1년간의 통원 치료 중에서도 연명치료는 하지 않겠다는 평소 뜻에 따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했다.
3일의 비공개 가족장은 조용하고 간소하게 치뤄졌다. 서울대 병원에 차려진 빈소에선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인들이 줄을 서 조문을 하는 장면도, 끊임 없이 도착한 조화가 산을 이루는 장면도 없었다. 시종일관 조용하게 고인의 마지막 길을 애도하는 모습만 이어졌다.

하지만 재계의 큰 별이었던 고인을 기리는 정재계 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아버님이 불편하셔서 제가 대신 오게 됐다"는 오너 3, 4세들의 조문에선 우리 재계가 창업 1세대, 2세대를 지나 3세대, 4세대로 넘어가는 전환점을 맞게 됐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기도 했다.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21일 오후 8시40분 남편인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과 함께 구본무 LG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원다라 기자)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21일 오후 8시40분 남편인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과 함께 구본무 LG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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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회장의 별세에 네티즌들은 구 회장이 생전 해왔던 선행과 겸손하고 검소했던 삶을 되새기는 '선플(착한 댓글 달기)' 운동도 한다. '갑질'로 얼룩진 재계 오너들을 바라보는 시선과는 다르다. 대기업들을 '적폐'로 여겼던 정치인들도 제각기 빈소를 찾아 "정도경영을 하신 분"이라고 추억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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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회장의 삶을 놓고 "노블리스 오블리주(부와 권력에 대한 사회적 책임)를 몸소 실천한 분"이라는 평가도 이어진다. 빈소를 찾아 결국 조문하지 못하고 빈소 밖에서 절을 하고 돌아서는 시민부터 LG그룹 본사에 고인의 삶을 기리는 한장의 편지를 놓고간 시민도 있었다.

'옆집 할아버지 같은 대기업 회장', '작은 선행을 베푸는 소탈한 회장님', '언제나 수행 비서 한사람만 데리고 다니던 경영자' 등의 일화 등이 계속 회자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한 노신사가 '실례합니다'라며 옆을 지나갔는데 구본무 회장이셨다. 그룹 총수가 수행원 없이 다니는 모습이 믿기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며 소탈했던 구 회장의 일화를 소개했다. 블라인드에 LG 계열사 직원이 적은 글에선 "화담숲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만삭 임산부에게 모노레일을 타고 내려갈 수 있게 배려해줬는데 그분이 회장님이셨다"고 말했고 다른 직원은 "연수원 식당에서 먼저 '맛있게 드세요'라고 인사하셨던 모습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LG 홍보를 책임졌던 정상국 전 LG 부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구 회장이 회장 취임하신 이후 '정도경영(正道??)을 통해 1등 LG를 달성하자'고 하셨는데 당시 경영진들이 다소의 편법은 필요악이라며 볼멘소리를 할 정도였다"면서 "이런 반발에 구 회장은 '당당히 실력으로 1등을 하던지, 부정한 방법으로 1등을 할 거면 차라리 2등을 해도 어쩔 수 없다'며 정도경영을 강하게 밀어 붙였다"고 소회했다.

정 사장은 "누구를 만나도 반말하지 않고 먼저 명함을 건네며 '저 LG 구본뭅니다. 이거는 그냥 찌라십니다. 받아 두이소'라고 하는 동네 아저씨 같은 분"이라고 구 회장의 일상을 소개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빈소를 찾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빈소를 찾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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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빈소를 찾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 총장은 외교통상부 장관 시절 비행기 안에서 구 회장을 만난 일화를 소개했다. 반 총장은 "2004년 해외 출장길 비행기에서 구 회장을 만났는데 내 자리 독서 램프가 고장난 걸 보고 '나는 자료를 안봐도 된다'며 자리를 바꿔줬다"고 말했다.

구 회장이 '소록도 할매 천사'로 알려진 오스트리아 간호사들에게 LG복지재단을 통해 매달 생활비를 지원해 온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2016년 2월경 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과거 한센병 환자를 돌본 간호사들이 한국을 찾았을때 신문 기사를 통해 그들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사실을 본 뒤 평생 생활비를 지원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구 회장은 생전 신문 사회면을 꼼꼼히 읽었던 인물이다. 의인들에 대한 기사를 읽으면 그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재단 규정상 지원이 어려우면 스스로 사재를 보내기도 했다. 구 회장은 기업이 사회적 의인에게 위로금을 전달하면 그 행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다고 봤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데 구 회장 개인과 기업이 힘을 보태야 한다는 신념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기자 출신인 이낙연 총리는 과거 기자 시절 옆에서 지켜본 구 회장의 일화를 소개했다. 빈소를 찾은 이 총리는 "구 회장님은 중간값의 술을 즐겨 드셨습니다. 너무 싼 술을 마시면 위선 같고, 너무 비싼 술을 마시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게 이유였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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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정문 표지석 앞에는 구 회장을 애도하는 편지와 국화 두 송이가 발견됐다. 자신을 '대한민국 한 대학생'이라고 소개한 이는 편지를 통해 "회장님이 강조하신 인간 존중의 경영이 제가 LG를 좋아하고 회장님을 존경하는 이유"라며 "모든 20대가 그러하듯 취업이라는 선택의 기로 앞에 서 있는데 신념을 갖고 자신을 우뚝 세워 LG의 앞날에 도움이 되는 인재가 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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