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삼성전자 를 퇴사하고 이직한 지 1년이 넘은 A씨는 삼성전자 경력개발센터(CDCㆍCareer Development Center)로부터 여러 통의 전화를 받았다. 퇴사 후 이직은 성공했는지, 혹시 재취업하지 못했다면 소개받고 싶은 곳이 있는지 묻는 전화였다. 이미 새 직장에서 자리를 잡은 A씨는 전 직장의 '과도한 친절'이 오히려 불편할 따름이었다. A씨는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지만, 이후에도 전화는 계속 걸려왔다. 휴대폰을 받지 않을 때는 자택 유선전화로 연락이 오기도 했다. A씨는 "퇴사한 지 1년이 지난 기업에서 연락을 계속 해오는 것이 부담스럽고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삼성전자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퇴직자의 재취업 여부를 계속해 확인하고, 재취업 자리도 찾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기업들이 '퇴직자 전직지원 서비스'를 운영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2001년부터는 '전직지원 장려금' 제도를 도입하고 퇴직자의 전직지원이 성사될 경우 기업에 지원금도 제공했다. 내년부터는 300명 이상 규모의 기업이면 이같은 프로그램(아웃플레이스먼트)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정부의 압박 때문에 무리하게 퇴직자들에게 연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기업들의 해명이다. 퇴직자가 한두명이 아니다 보니 외주 업체를 동원하기도 하고,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는 외주 업체를 통해 흘러나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퇴사자의 개인정보가 새어나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기업들은 개인정보보호법 21조에 따라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약 3년간 보관한 뒤 파기한다. 그러나 이 퇴사자가 경력개발센터를 거쳐갔던 경우 개인정보는 센터를 통해 빠져나가는 경우가 있다. 센터와 연계된 외주 업체에서 정보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경력개발센터 소속 직원은 삼성전자 직원이 맞지만, 보통 퇴사자들에게 연락하는 것은 외주 업체가 연락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취업 관련 외주업체 여러 곳과 연계해 연락을 취하다 보니, 당사자가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음에도 계속 전화를 거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다.
퇴직ㆍ전직자 뿐 아니라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의 개인정보도 '공공재'가 된 지 오래다. 온라인 취업사이트에 올려둔 정보를 보고 기업들이 정규 공채가 아닌 인턴ㆍ계약직 모집에 이용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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