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상용화가 4차산업혁명 선점의 길
이통사 '세계 최초' 타이틀 경쟁
정부도 주파수 조기 공급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부 장관(왼쪽 세번째)은 지난 5일 이동통신 3사 CEO(왼쪽부터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황창규 KT 회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들을 불러 5G 필수시설 공동사용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5G, 4차산업혁명의 시작=올해를 혁신성장 원년으로 꼽는 건 정치적 의제가 그렇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1~2년 안에 4차산업혁명의 본모습이 태동될 결정적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등 ICT 강국의 통신사들은 세계 최초의 5G 상용화 타이틀을 걸고 기술 대전을 펼치고 있다.
인간의 삶, 산업의 근본적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5G는 전기ㆍ증기기관과 같은 수준의 '범용기술'로 꼽힌다. 10년을 주기로 새로운 세대의 이동통신망이 수립되지만 5G의 중요성이 유독 부각되는 이유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4G까지는 기존 유선서비스가 무선화되는 과정이었지만 5G는 오프라인 세상 자체가 무선으로 들어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비유했다.
◆100년 대계를 위한 영역 파괴=이통사들이 5G 상용화 '세계 최초' 타이틀에 목을 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범용기술의 상용화를 통해 시장선점과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건 생존과 직결된다. 글로벌 통신사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버라이즌, AT&T, T모바일 등 미국 이통사들은 5G 상용화가 내년께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일본과 중국 이통사들은 2020년으로 시계를 맞췄다. 글로벌 사업자 간 경쟁은 올해 상반기 국제기구에서 정해질 '5G 표준 규격' 선정을 시작으로 본격화될 전망이다.
권영수 LG유플러스 회장은 최근 "홈IoT(사물인터넷)을 키워 100만 가구를 달성(국내 1위)하니까 많은 업체들이 제휴를 하자고 하더라. 4차산업혁명은 정말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인 것 같다"라고 술회한 바 있다. 시장선점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다는 의미다.
특히 이통사들은 5G를 기점으로 이통산업에서 벗어나, 서비스 사업자로 거듭나기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망 사업은 가입자 확대의 끝을 예측할 수 있으며 각 국의 통신 규제 때문에 글로벌 시장 진출에 한계가 있다. 반면 콘텐츠ㆍ서비스 사업자는 국경의 제한도 가입자 절벽도 없다.
KT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5G 시범서비스를 선보인다. △결정적 장면을 다각도로 볼 수 있게 해주는 '타임슬라이스' △속도감 있는 경기를 선수 시점으로 보여주는 '싱크뷰' △바이애슬론처럼 긴 구간에서 벌어지는 경기에서 선수 상황을 위치정보 기반으로 보여주는 '옴니뷰' 등이다. 5G로 연동되는 자율주행차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창규 KT 회장은 지난해 2월 미디어, 스마트에너지, 금융거래, 기업ㆍ공공가치 향상, 재난ㆍ안전ㆍ보안 등 5대 플랫폼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5G를 앞둔 기업 간 합종연횡=통신사뿐 아니라 재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영역과 경계를 가리지 않고 5G 시대에 대비할 수 있다면 누구와도 손을 잡을 태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자사 지능형 인터페이스 빅스비와 카카오의 AI 플랫폼 카카오I(아이)와의 연동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LG전자는 AI 스피커 '스마트 씽큐허브'에 네이버 AI 플랫폼 '클로바'를 탑재했다. 이어 아마존의 에코에서도 LG전자 가전을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LG전자는 전략 스마트폰에 구글 AI 플랫폼인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9월 출시한 제네시스 G70에 카카오I를 적용했다. 음성으로 목적지를 검색하고 주변 맛집ㆍ정비소 등 카카오의 데이터 베이스를 활용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초연결지능형(자율주행) 자동차 기술력 확보를 위해선 글로벌 ICT 기업과의 전략적 협업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5G 주파수 조기공급 등 정부 역할도 커=정부는 산업 내에서 불고 있는 이런 변화 흐름에 발맞춰 5G 주파수 공급 시기를 오는 6월로 1년 앞당겼다. 내년 5G 상용화 일정에 맞추기 위한 조치다. 5G망에 연결되는 각종 사물인터넷 기기를 위한 주파수도 조기 공급하기로 했다. 특히 IoT 확산을 위해 900MHz/2.4GHz대역에 집중된 저전력 근거리용 IoT 주파수 수요를 분산하고, 새로운 IoT 서비스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5GHz대역 내 주파수를 추가 공급한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해 송년 간담회에서 "3GPP에서 논스탠드얼론(NSA) 표준이 확립됐고, 이를 바탕으로 이제 단말기와 장비 제조에 돌입하게 되면 2019년 세계 최초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정부는 급격한 산업계 변화로 야기되는 규제 문제를 해결하고 이해당사자 간 충돌을 합의로 이끌기 위한 조직도 신설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카풀 서비스업체인 풀러스와 택시업계의 공방, 생체인증ㆍ신용카드 인증 등 다양한 인증방안 활성화 등을 안건으로 최근 1박2일 끝장토론(해커톤)에 나섰다. 장병규 위원장은 "정부가 4차산업혁명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는 의미가 있다"며 "실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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