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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미진 뒤에 강진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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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관찰 시스템 서둘러야

▲한반도에서는 16세기에 지진이 많이 발생했다.[그래픽=최길수 기자]

▲한반도에서는 16세기에 지진이 많이 발생했다.[그래픽=최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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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규모 5.0 이상의 강진 발생을 사전에 파악하기 위해선 '작은 규모의 지진'을 꾸준히 관측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작은 규모의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곳에서 큰 지진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한지질학회 등은 24일 한국언론진흥재단 국제회의장에서 '포항 지진 긴급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강태섭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지진은 그동안 규모가 작아 지표면에 흔적을 남기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며 "이런 작은 지진을 면밀히 관측하고 연구하는 시스템 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진은 '강도(Strength)'가 한계에 도달하기 전까지 계속 응력이 증가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란 진단이다. 강 교수는 지진의 발생과 재발을 예측하기 위해 "증가하는 응력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포항 지진에서 확인된 액상화(지진 영향으로 지하수가 솟아 땅이 액체 상태로 변하는 것)에 대해서는 "주목할 필요는 있는데 이 부분에만 지나친 관심을 집중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액상화 현상은 한반도 남동부의 사질토 지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과거 발생한 지진에서도 액상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1643년 인조 실록에 진주에서 발생한 지진에 대해 기록돼 있는데 '물 마른 샘에 흙탕물이 솟구쳐 나오고…'라고 돼 있다.

큰 지진을 예측하는 데 또 다른 어려움은 '불규칙적 특성'도 한몫한다. 강 교수는 "한반도 지진 역사를 보면 15~17세기까지 지진 활동이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며 "이후 줄어들면서 활동이 불규칙하게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경주에 이어 포항 등 한반도 남동부 지역에서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연속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한반도에서 포항과 경주 지역은 제4기 단층들이 위치하고 있는 곳이라 앞으로 추가로 강한 지진이 일어날 개연성이 있다"며 "2040년까지 단층지도 등이 완성되면 더욱 면밀한 파악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 교수는 내다봤다.

이날 긴급포럼에서 김광희 부산대 교수는 흥해읍 지열발전소와 지진의 관련에 대해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김 교수는 "포항 흥해읍에 위치하고 있는 지열발전소에 물을 주입했을 때 미소지진이 동반됐다"며 "물 주입과 미소지진 발생의 연관성을 확정지을 수는 없는데 이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태경 연세대 교수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 지진의 변화에 주목했다. 홍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곳에서 한반도는 1200㎞ 떨어져 있다"며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에 지진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1978년부터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관측된 규모 5.0 이상의 지진에 초점을 맞췄다.

홍 교수는 "1978년부터 규모 5.0 지진이 한반도에서 10회 발생했다"며 "1978년부터 동일본 지진 전까지 5회, 2011년 동일본 지진이후 지금까지 5회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규모가 강한 지진이 한반도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한반도에서 지진 관측역사상 없었던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고 이 같은 흐름으로 봤을 때 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다"고 내다봤다.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이제 지진은 먼 나라의 이야기도, 먼 미래의 문제도 아니다"라며 "절박한 현실 문제가 됐고 지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진을 공포의 대상으로 삼지 말고 연구의 대상으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기상청이 이날 발표한 '포항 지진 정밀 관측 자료'에 따르면 발생 깊이는 기존에 알려졌던 것(9㎞)보다 얕은 3~7㎞에 불과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포항 지진의 본진(규모 5.4)과 최대 여진(규모 4.3)을 발생시킨 단층의 움직임은 경주 지진과 비교했을 때 수직운동 성분이 더 컸다.

이번 포항 지진의 본진이 발생한 이후 규모 2.0 이상 여진은 총 63회 발생했다. 규모 1.0~2.0의 미소지진은 무려 273회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한반도 남동부에 위치하고 있는 제4기 단층.

▲한반도 남동부에 위치하고 있는 제4기 단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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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태경 연세대 교수가 '포항지진-긴급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홍태경 연세대 교수가 '포항지진-긴급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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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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